1. 갑작스러운 체포
부산의 한 원룸 앞에서 피고인 A씨는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됐습니다.
혐의는 ‘필로폰 투약’.
체포 근거는 단 한 가지, 지인 B의 제보였습니다.
경찰은 B의 말을 믿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그날 오후 A씨의 소변을 채취했습니다.
간이검사는 음성이었지만, 정밀검사에서는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2. 검찰의 주장 — “스스로 필로폰을 투약했다”
검찰은 A씨가 부산 시내 어딘가에서
필로폰 약 0.05g을 직접 투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은 동종 전과가 6회에 달하는 상습 투약자다.
이번에도 스스로 필로폰을 구해 투약했다.”
A씨의 소변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된 점을 근거로 들며,
그가 “자신의 혀로 한 달 전 투약했다고 말했다”는 B의 진술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3. 피고인의 반박 — “‘몰래뽕’을 당했다”
A씨는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저는 필로폰을 한 적이 없습니다.
B가 제게 준 커피나 음료에 약을 탔던 것 같습니다.”
그는 체포 당시 경찰에 체계적으로 항변했습니다.
“최근 몸이 이상했는데, B와 함께 있었을 때 마신 음료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씨의 진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었습니다.
그는 “필로폰을 투약한 적이 없으며, 제보자 B가 함정에 빠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4. 법정에서 밝혀진 의문점
재판이 시작되자,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① 수사의 근거는 제보자 B의 말뿐이었다
경찰은 체포 전까지 B의 제보 외에 아무런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B는 A씨와 통화하면서 “필로폰 한 지 한 달이 넘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대화 중 A씨의 말을 교묘히 유도해 얻은 내용이었습니다.
② 모발감정조차 하지 않았다
정밀검사는 소변만 진행됐습니다.
모발검사를 하면 투약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있었지만,
경찰은 이를 생략했습니다.
검찰은 “한 달 전 투약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확한 시점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소변검사는 투약 후 약 10일까지만 유효한데,
경찰은 투약 시점을 한 달 전으로 보면서도 모발검사를 하지 않았다.”
③ 제보자 B의 진술, 신빙성 부족
법원은 B의 말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A가 계속 필로폰을 구해달라며 전화했다”고 진술했지만,
통화 녹음에는 오히려 B가 필로폰 구입 방법과 가격을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B는 피고인을 마약 투약 혐의로 엮기 위해
필로폰을 몰래 탄 물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
④ 다른 증인 진술도 오히려 피고인에게 유리
B는 “피고인이 나에게 ‘필로폰이 든 커피를 마셨다고 진술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지만,
면회를 한 제3의 인물 D는 전혀 다른 진술을 했습니다.
“B가 오히려 ‘A가 뭔가를 마신 것 같다’고 먼저 말했다.”
법원은 D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B가 함정을 꾸몄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5. 법원의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을 적용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고의로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보기 어렵고,
제보자 B가 몰래 약을 탄 물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
6. 판결의 의미 — “의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몰래뽕’ 사건의 대표적 판례로,
법원이 “의심은 있지만 증거가 없으면 무죄”라는 형사법의 원칙을 다시 확인한 사례입니다.
“소변검사 양성만으로는 고의적 투약을 단정할 수 없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한 잔의 커피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었던 사건.
법원은 냉정하게 증거의 무게를 따져 무죄를 선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