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호관찰 중 다시 양성 반응
2019년 겨울, 서울 강남의 한 보호관찰소.
A씨는 과거 케타민 투약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정기적인 검사와 상담을 받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1월, 보호관찰소가 제출받은 그의 소변에서
케타민 성분이 다시 검출됐습니다.
검찰은 즉시 “A씨가 재투약했다”며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 검찰의 주장 — “과거 전력, 다시 투약한 것”
검찰은 법정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은 2018년에도 케타민을 투약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다시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보호관찰 중 재투약했음이 분명합니다.”
검찰은 “소변에서 케타민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핵심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과거 케타민을 사용했던 점을 근거로
‘습관성 재투약’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3. 피고인의 항변 — “술에 약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A씨는 “고의로 투약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B나 C의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신 적은 있습니다.
그들이 준 음료나 술에 케타민이 섞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A씨는 보호관찰소 출석을 앞두고 있었고,
그 시점에 마약을 자의로 투약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사 직전인데, 제가 왜 일부러 약을 하겠습니까?”
4. 법정의 쟁점 — “고의가 있었는가?”
법원은 ‘케타민 성분 검출’이라는 객관적 사실은 인정했지만,
‘투약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별개 문제라고 봤습니다.
“소변검사 결과는 피고인의 체내에 마약 성분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
그것이 피고인의 의도적 투약 행위로 인한 것임을 직접 증명하지는 못한다.”
5. 법원이 주목한 정황
① 검사 직전 ‘마약 복용할 이유 없음’
A씨는 , 검찰로부터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즉, 다시 마약을 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보호관찰관의 요청을 받고
보호관찰소에 출석해 서약서를 작성했고, 그 자리에서 소변을 제출했습니다.
“검사를 앞둔 사람이 스스로 케타민을 투약했다고 보기 어렵다.”
② ‘함께 있던 사람들’의 존재
A씨와 함께 지냈던 C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당시 피고인은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수면제와 다이어트 약을 함께 복용했다고 합니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케타민을 섞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6. 법원의 결론 — “의심은 있어도 증거는 없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케타민을 고의로 투약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7. 판결의 의미 — “양성 반응만으로는 유죄가 아니다”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마약 투약의 고의성 입증’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법원은 단호했습니다.
“소변검사 양성 반응만으로 사람을 범죄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마약이 체내에 들어왔다는 사실과
그 사람이 고의로 투약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결국, 의심은 남았지만 증거는 없었습니다.
법원은 원칙대로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