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발견됐는데 무죄? 함정수사와 제보자의 진실

원룸에서 필로폰이 발견됐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 함정수사 의혹과 제보자의 불일치한 진술이 결론을 바꿨다.
Oct 30, 2025
필로폰 발견됐는데 무죄? 함정수사와 제보자의 진실

1. 원룸에서 발견된 ‘나무젓가락 봉지’

대구 달서구의 한 원룸.
경찰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 위에는 수상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1회용 젓가락이 들어 있는 비닐봉투, 종이컵, 빨대, 주사기, 비닐 포장지들.

그중 젓가락 봉지 안에서 0.89g의 필로폰이,
종이컵에서는 노란 종이에 싸인 0.1g의 필로폰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즉시 원룸에 있던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2. 검찰의 주장 — “A씨가 마약을 사고 투약했다”

검찰은 A씨가 안산에 있는 F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해
대구 원룸으로 돌아와 숨겨뒀다고 봤습니다.

“피고인은 안산으로 가서 필로폰을 구입했고,
이후 원룸 침대 위에 마약을 보관·투약했다.”

A씨의 소변·모발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온 점을 근거로,
그가 고의로 투약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3. 피고인의 반박 — “나는 함정에 빠진 겁니다”

A씨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용당했습니다.
필로폰을 구입하거나 숨긴 적이 없습니다.”

그는 대구에서 지인 G와 함께 차를 타고 안산에 간 것은 맞지만,
그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갔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필로폰을 구입했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4. 사건의 그림자 — “제보자의 등장”

사건의 결정적 단서는 제보자 I의 진술이었습니다.
그는 H의 친구로, H와 남편 D 부부가 운영하려던 업소 명의자였습니다.

7월 13일, I는 대구의 한 지구대를 찾아가 제보했습니다.

“피고인이 원룸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필로폰 약 1g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경찰·검찰·법정에서 진술을 계속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피고인이 마약을 보여줬다”고 했다가,
검찰 조사에서는 “필로폰을 본 사실이 없다”고 했고,
법정에서는 “그때는 원룸에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진술을 “일관성이 없고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5. 법정에서 드러난 ‘이해관계’

피고인을 제보한 I, 그리고 D·H 부부는
서로 얽힌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 D는 I 명의의 집에서 살며, 업소 명의도 I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
    피고인을 동대구역까지 마중 나가 지낼 원룸을 제공했습니다.

  • H는 “마약하는 사람들과 연락하지 말라”며 D를 통제하다가
    오히려 피고인을 서울동대문경찰서에 제보했습니다.

  • I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자수하면서 ‘공적’을 얻기 위해
    피고인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법원은 이 관계를 근거로,
“피고인을 함정에 빠뜨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6. 법원이 본 결정적 의문점

① 필로폰의 소유자는 불명확

피고인이 머물렀던 원룸에는 D과 H가 수차례 출입했고,
필로폰이 발견되기 전날에도 I가 다녀갔습니다.
즉, 피고인만이 그 공간을 점유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② 지문·DNA 감식조차 없었다

발견된 비닐봉지나 포장지에서
피고인의 지문이나 DNA를 확인하려는 감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객관적 확인 절차 없이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③ 마약구매 정황도 입증되지 않음

검찰은 “안산에서 F를 만나 필로폰을 샀다”고 주장했지만,
그 거래를 입증할 전화·계좌·목격 증거는 없었습니다.

“피고인이 필로폰을 매수·수수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7. 법원의 결론 — “의심은 있어도 확신은 없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원룸에서 발견된 필로폰을 소지하거나
고의로 투약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8. 판결의 의미 — “의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함정수사와 제보자의 신빙성 문제가 교차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법원은 “제보자의 이해관계와 진술의 일관성 부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하며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마약 사건이라 해도,
‘의심’이 아니라 ‘확신’을 바탕으로만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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