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여자아이에게 성기 사진과 음란 메시지를 보낸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어머니가 미리 해당 번호를 차단해두었기 때문에, 아이는 그 메시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 그리고 대법원은 다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 법원마다 판단이 엇갈렸던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아이가 실제로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가 성립하는가?"
대법원은 2025년 7월 18일,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았습니다(2025도3890).
오늘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의 판단과 그 실무적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위 — 놀이터에서 시작된 범행
피고인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8세 여자아이에게 먹을 것을 사준다는 핑계로 접근하여 전화번호를 알아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 아동은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 아동의 휴대폰으로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성기 사진과 함께 "집에 와", "내꺼 빨아, 비도 오잔아"라는 메시지를 전송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이의 어머니는 즉시 피고인의 연락처를 차단했고, 피고인이 보낸 메시지는 피해 아동 휴대폰의 '차단된 메시지보관함' 에 저장되었습니다.
아이는 해당 메시지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고, 이후 어머니가 이를 발견하여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한편 피고인은 아이의 어머니에게도 동일한 유형의 음란 메시지를 보내는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피고인에게는 2004년 강간치상죄로 징역 2년 전과가 있었고, 이종 사건 여러 전과도 있었습니다.
1심 — 전부 유죄, 징역 2년
1심은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통신매체이용음란은 물론 아동복지법위반(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 까지 전부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 등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2심 — 아동복지법위반 부분 무죄, 징역 1년 6월로 감형
항소심은 직권으로 아동복지법위반 부분의 법리를 재검토했습니다.
항소심의 논리는 이러했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기만 하면 성립하지만, 아동복지법위반죄는 아동이 실제로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있어야 성립한다.
아동복지법의 법정형(10년 이하 징역)이 통신매체이용음란죄(2년 이하 징역)보다 훨씬 무거우므로, 그 기수 시기도 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항소심은 아동복지법위반 부분을 무죄(이유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해 징역 1년 6월 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사가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기수가 성립한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핵심 법리는 두 가지입니다.
① "인격발달을 저해할 위험"만으로 충분하다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상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의 성적 학대행위에는 현실적으로 아동의 인격발달을 해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즉, 아동이 실제로 수치심을 '느꼈는가'가 아니라,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위험 상태'가 만들어졌는가가 기준입니다.
② 방법·수단에 제한이 없고, "인식할 수 있는 상태"면 기수 성립
대법원은 성적 학대행위의 방법이나 수단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 통신매체를 통해 음란한 메시지를 도달하게 하는 방법으로도 범행이 가능하며, 이 경우 아동이 메시지를 직접 접하거나 인식한 경우는 물론, 객관적으로 이를 접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기수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③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적용
대법원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 법리를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보낸 성기사진이 포함된 메시지는 피해 아동 휴대폰의 '차단된 메시지보관함'에 저장되었습니다.
이는 피해 아동이 언제든지 그 메시지에 손쉽게 접근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따라서 아동복지법위반죄의 기수가 성립합니다.
항소심이 "피해 아동이 메시지를 실제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정에 주목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이를 "이미 기수가 성립한 이후의 우연한 사정" 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최종 결론 — 원심 전부 파기, 대전지방법원으로 환송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아동복지법위반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상상적 경합범 또는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일부만 파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환송 후 재판에서는 아동복지법위반 부분이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피고인의 형량은 항소심의 징역 1년 6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1심 → 2심 → 대법원, 판단 비교
구분 | 아동복지법위반(성적 학대) 판단 | 선고형 |
1심 | 유죄 | 징역 2년 |
2심 | 무죄 | 징역 1년 6월 |
대법원 | 파기환송 | (환송심에서 재판단) |
이 판결이 실무에 시사하는 점
석원재 변호사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아동 대상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범죄에 관해 매우 중요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첫째, "위험범"적 해석의 확립입니다.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를 침해범(실제 피해 발생)이 아닌 위험범(피해 발생 위험) 구조로 해석했습니다.
아동의 인격발달을 저해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하면 범죄가 성립합니다.
둘째, "도달"과 "학대"의 기준이 사실상 동일선에 놓였습니다.
항소심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도달" 기준과 아동복지법의 "학대" 기준을 엄격히 구분했지만, 대법원은 통신매체를 통한 경우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면 아동복지법위반의 기수도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보호자의 차단 조치가 범죄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차단된 메시지보관함'에 저장된 것만으로도 아동이 "손쉽게 접근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판단했습니다.
부모가 차단했다는 사정은 기수 성립 이후의 우연한 사정에 불과합니다.
아동 대상 성범죄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법정형 2년 이하)와 아동복지법위반죄(법정형 10년 이하)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아이가 실제로 보지 않았다"는 항변이 아동복지법위반에 대한 방어 논리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사안의 구체적 정황에 맞는 정밀한 법리 검토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음란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이가 읽지 않았으면 아동복지법위반이 성립하지 않나요?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명확히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메시지가 아동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아동이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실제로 읽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아동복지법위반(성적 학대)의 기수가 성립합니다.
Q. 부모가 번호를 차단해놓았는데도 범죄가 성립하나요?
네,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어머니가 피고인의 번호를 차단했지만, 메시지는 '차단된 메시지보관함'에 저장되어 아동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기수 성립 이후의 우연한 사정으로 보았습니다.
Q. 통신매체이용음란죄와 아동복지법위반죄는 어떤 관계인가요?
같은 행위에 대해 두 죄가 모두 적용될 수 있으며, 상상적 경합 관계로 처리됩니다.
다만 법정형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인 반면, 아동복지법위반(성적 학대)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여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Q. 이번 대법원 판결 이전과 이후, 실무에서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전에는 일부 하급심에서 "아동이 실제로 메시지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성적 학대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인식 가능한 상태면 충분하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확인함으로써, 향후 유사 사건에서 아동복지법위반 적용이 보다 넓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판례정보: 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5도3890 판결 (원심: 대전지방법원 2025. 2. 19. 선고 2024노3033 판결)
관련법조: 구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 제71조 제1항 제1의2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형법 제136조 제1항, 형법 제366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