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접촉사고, 보복운전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 “의도 입증 안 돼 무죄”

시속 120km 주행 중 발생한 화물차 접촉사고가 보복운전으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감정 아닌 의도, 증거 부족으로 보복운전 단정 불가”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Oct 21, 2025
화물차 접촉사고, 보복운전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 “의도 입증 안 돼 무죄”

사건 개요

2016년 3월 어느 봄날 아침, 경기도 포천의 사거리.
한적한 2차선 도로 위를 포터 화물차를 몰던 A씨(피고인)
시속 120km의 속도로 직진 중이었습니다.

그때, 우회전하던 싼타페 차량(피해자 C, 60세 여성)
A씨의 차선 앞으로 갑자기 진입했습니다.
A씨는 놀라 급히 핸들을 꺾었고, 차는 2차로로 밀려났습니다.

잠시 후, A씨는 다시 차선을 바꾸며
싼타페를 추월하려던 순간 두 차량이 살짝 접촉했습니다.

싼타페의 조수석 앞 펜더에 긁힘 자국이 생겼고,
피해자는 “일부러 들이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보복운전으로 인한 특수재물손괴’로 판단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끼어들기에 화가 나 일부러 충돌했다”


검찰은 A씨가

“갑자기 진로를 방해한 피해자에게 화가 나,
앞질러 근접 운전하며 일부러 들이받았다.”
고 주장했습니다.


즉,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 보복행위’라는 것이었습니다.

손괴 금액은 약 75만 원으로 평가되었고,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했으므로
특수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의 항변: “갑자기 들어온 차를 피하다가 난 사고입니다”

A씨는 재판 내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과속을 하긴 했지만, 갑자기 앞에 끼어드는 걸 보고 피하려다 부딪혔습니다.
일부러 들이받은 게 아니라, 순간적인 제동 미스로 생긴 사고입니다.”

또한 “고의로 충돌했다면 나 자신도 다칠 수 있고,
차량도 크게 파손될 텐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고의성 입증 부족, 단순 접촉사고”

의정부지방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블랙박스 영상, 차량 파손 상태, 사고 경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보복운전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① 충격의 강도가 약했다

피해 차량의 조수석 펜더는 도색이 벗겨진 정도의 경미한 손상이었고,
심한 찌그러짐이나 파손은 없었습니다.
법원은 “의도적 충돌이라면 충격이 훨씬 컸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② 사고 상황은 ‘순간적 조우’에 불과했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두 차량이 오랜 시간 신경전을 벌이는 전형적인 보복운전 장면이 없었고,
사고 전후의 시간은 불과 4~5초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즉, “감정싸움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입니다.

 ③ 손가락질 논란도 증거 부족

피해자는 “A씨가 창문 너머로 손가락질을 하며 위협했다”고 주장했지만,
피고인은 이를 부인했고, 이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었습니다.

설령 손가락질이 있었다 하더라도,
법원은 “그 한 동작만으로 보복의 고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④ 고의로 들이받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재판부는 현실적인 판단도 덧붙였습니다.

“시속 120km로 달리던 화물차가 의도적으로 승용차를 들이받는다면
자신의 차량 파손뿐 아니라 운전자 본인의 생명도 위험하다.”

즉,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부러 부딪혔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결론: “보복의심은 있으나, 증거 불충분”

결국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 차량을 들이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단순 과실에 의한 접촉사고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사건의 의미: ‘감정’보다 ‘의도’가 기준이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보복운전의 핵심은 ‘의도’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운전 중 순간적인 감정이나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상대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명확한 의도’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감정적 반응만으로는 형사처벌 불가”라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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