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배 수익 보장합니다”… 진짜 사기인가 아닌가? 법원이 코인 투자 사기 혐의를 무죄로 본 이유

피고인은 “50배 수익 보장”이라 말했을까? 실제로는 피해자 진술이 흔들렸고, 코인도 그대로 지급되었다. 왜 법원은 코인 투자 사기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는지 판례로 쉽게 풀어본다
Nov 28, 2025
50배 수익 보장합니다”… 진짜 사기인가 아닌가? 법원이 코인 투자 사기 혐의를 무죄로 본 이유

1. “이 코인, 최소 50배 갑니다”… 누가 봐도 사기 같은 말

2018년 봄, 서울 서초의 한 사무실.
피고인 A는 피해자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공소사실에 적시됩니다.

“E 회사를 만들고, 이 코인을 세계적 거래소 50위권 이상에 상장시킬 겁니다.
지금 투자하면 최소 50배 수익 보장합니다.”

피해자들은 혹했습니다.
소액이 아닌, 무려 21차례에 걸쳐 총 3천9백만 원 상당의 H 코인을 사서 피고인에게 보냈습니다.

겉으로 보면 어디서 많이 본 ‘코인 투자 사기’의 전형입니다.

하지만 법원의 결론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 무죄

이유는 단 하나가 아니라,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기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2. 핵심 쟁점 — 정말 ‘50배 수익’이라고 말했는가?

1) 피해자 진술이 서로 다르다

가장 먼저 무너진 건 피해자들의 진술이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 피해자 K: “50배 수익 보장 얘기? 나는 들은 적 없다.”

  • 피해자 D: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난다.”

  • 피해자를 소개한 L: “피고인이 거래소 만든다는 얘기 자체를 한 적 없다.”

여기서 사기 사건의 핵심인 “기망행위(거짓말)” 자체가 애매해집니다.

2) 일부 피해자는 오히려 리스크를 알고 있었다

피해자 D는 수사기관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습니다.

  • “피고인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상승을 ‘예상’한 것인지, 보장한 것인지 헷갈린다.”

코인 시장에 있어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은 사실상 리스크 설명입니다.

만약 피고인이 진짜 사기를 칠 의도였다면 굳이 리스크를 말할 이유가 없습니다.


3. ‘코인 지급’ 사실도 무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침

검찰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피고인은 E 회사를 만들 생각도 없고, 코인 경제적 가치도 미미했으니 사기다.”

하지만 판결문에 적힌 피해자들의 진술은 전혀 달랐습니다.

피해자들은 모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돈을 보낸 만큼의 H 코인을 피고인에게서 실제로 받았다.”

즉,

  • 돈을 받고 코인을 주지 않은 상황이 아님

  • 코인을 받고 도망간 것이 아님

  • 피해자들 스스로 “코인을 받기는 받았다”고 인정

여기서 중요한 결론이 나옵니다.

“피해자들은 실제로 ‘대가’를 받았다.”

이는 사기죄의 ‘재산 처분행위 유발’ 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4. 사기죄의 핵심 — “속일 의도(편취의사)”가 있었는가?

사기죄는 단순히
“과장된 말”, “희망을 심어준 말” 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 “처음부터 속일 마음이 있었는가?”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그 의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 피고인이 코인을 실제로 지급했다

  • 피해자들도 코인 구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 “50배 수익” 발언 자체는 기억이 불명확

  •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 정황 존재

즉,

“피고인이 대박을 약속했다”는 게 아니라
“피고인이 전망을 말한 것일 뿐”
이라는 정황이 강했습니다.


5. 결론 — 기망 인정 불가 → 사기죄 무죄

법원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 피해자 진술은 핵심에서 서로 다르고

  • 코인 지급 사실은 명확하며

  • ‘50배 보장’이 실제 발언인지조차 불분명하고

  • 피고인이 사적 용도로 코인을 사용한 증거도 없음

따라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 없음 → 무죄”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은 의심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전형적 사례입니다.


판결의 의미 — “코인 사기”처럼 보여도 증명이 전부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최근 증가하는 “코인 사기”와 유사해 보이지만,
사실은 증거와 진술의 신빙성이 사기 인정 여부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 피해자가 정확히 어떤 말을 들었는지

  • 그 말이 과장인지, 허위인지

  • 그 말 때문에 실제로 돈을 보냈는지

  • 피고인이 처음부터 속일 마음이 있었는지

이 네 가지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으면 형사상 사기죄는 쉽게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번 판례는
“코인 투자 실패 ≠ 사기” 라는 중요한 기준을 다시 확인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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