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2022년 2월부터 6월까지,
A씨(피고인)는 과거 고부관계였던 55세 여성 B씨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걸었습니다.
A씨는 휴대전화뿐 아니라 집 전화기까지 이용해
약 60회에 걸쳐 B씨에게 연락했습니다.
B씨는 “전화가 울릴 때마다 불안했다”며
A씨를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신고했습니다.
검찰은 “A씨의 반복적인 발신이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유발했다”고 보고 기소했습니다.
1심의 판단: 일부 무죄
서울서부지방법원(1심)은 2022년 11월 9일
A씨에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60회의 전화 발신 부분은
“통화가 실제로 연결되지 않았으므로
상대방에게 ‘말’이나 ‘음향’을 전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의 판단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으며,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행위’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① “벨소리만 울려도 스토킹행위”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도12037 판결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표시를 남긴 행위는
실제 통화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
즉,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도 상대방의 휴대폰 화면에 ‘부재중 전화’가 뜨는 순간,
이미 스토킹 행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② 반복성과 지속성 모두 인정
재판부는 A씨가 약 4개월 동안 60회 전화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B씨는
A씨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A씨는 계속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또한 전화 외에도 주거 앞 대기, 진로 방해, 직접 접근 시도가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에
법원은 이를 ‘지속적·반복적 스토킹범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
A씨는 “나는 단순히 오해를 풀기 위해 연락했을 뿐”이라며
“고의로 공포심을 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명확히 연락을 거부했음에도
피고인이 4개월 동안 60회 이상 전화한 것은
사회통념상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행위다.”
즉, ‘의도’가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판결 결과 및 양형 이유
법원은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87세의 고령이며 건강이 좋지 않은 점,
을 고려해 실형을 유예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와의 관계(과거 고부 관계)와 범행 경위 등을 종합해 형량을 정했습니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전화벨만 울려도 스토킹’이라는 법리적 기준을 명확히 세운 사례입니다.
법원은 “부재중 전화는 단순한 시도에 불과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평온을 침해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명백한 스토킹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스토킹 행위가 반드시 물리적 접근이나 직접 대면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으며,
정보통신망을 통한 간접적 접촉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