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이 사건은 나주시의 한 좁은 도로에서 발생한 보복운전 의혹입니다.
버스를 운전하던 피고인 A씨는 앞서가던
운전교습 중인 화물차가 진로를 막고 느리게 움직이자
이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해 협박했다’는 이유로
특수협박 혐의(형법 제284조)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화가 나서 화물차를 가드레일 쪽으로 밀어붙이고, 교차로에서는 욕설까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측은 “단순히 진로를 바꾸려던 상황이었으며, 위협하거나 협박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핵심 쟁점은 피고인의 운전 행위가 보복운전에 해당하는 ‘협박’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운전 상황이었는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사건의 발단: “길 안 비켜줬다고 밀어붙였다?”
2022년 어느 오후,
A씨는 승객 여러 명을 태운 버스를 운전하며 업무 이동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에는 운전교습을 받던 화물차 한 대가 느린 속도로 주행하고 있었고,
A씨는 화물차가 우측으로 빠지는 모습을 보고 “양보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화물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며 좌회전을 시도했고,
놀란 A씨는 버스를 세우며 짧게 “운전 좀 똑바로 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장면을 본 화물차 운전자는 겁을 먹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 결과 A씨는 ‘보복운전’ 혐의로 형사재판에 서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 “양보한 줄 알고 감속 차로로 들어간 것뿐입니다”
피고인 A씨는 일관되게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화물차가 우측으로 빠져 양보하는 줄 알고 진입했을 뿐입니다.
밀어붙인 적도, 위협한 적도 없습니다.
승객이 타고 있는 버스로 감정 운전을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A씨는 급가속, 경적, 비상등 사용 등 위협적인 행동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블랙박스가 보여준 ‘진짜 도로 상황’
법원은 블랙박스 영상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화물차는 우측 방향지시등을 켠 채 도로 오른쪽으로 붙어 있었고,
버스는 그 옆을 천천히 추월했을 뿐 가속이나 밀어붙이기 행동은 없었습니다.
이후 화물차가 예고 없이 갑자기 좌회전하자,
A씨는 놀라 버스를 세우고 짧게 언성을 높인 것이 전부였습니다.
재판부는 블랙박스 영상의 객관적 장면을 근거로,
“버스가 화물차를 위협하거나 협박할 정도의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의 결론: “감정은 있었지만, 협박은 아니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화물차의 움직임이 양보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버스가 화물차를 밀어붙인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버스는 가속하지 않고 서행했습니다.
이후에도 화물차와의 거리를 유지했습니다.
피고인은 벌점이나 난폭운전 전력이 없었습니다.
당시 승객이 다수 탑승 중이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이 자동차를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했다고 보기 어렵다.
단순한 감정적 반응일 뿐 형사상 위협행위로 볼 수 없다.”
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었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 요지의 공시가 이루어졌습니다.
사건의 의미: 보복운전의 핵심은 ‘의도’와 ‘행동’의 일치입니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도로 위의 짧은 오해’가 어떻게 형사처벌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보복운전 처벌의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단순히 화를 냈다고 해서 처벌받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주려는 명확한 의도와
그 의도가 드러나는 구체적 행동(위협 행위)이 함께 입증되어야 합니다.
결국 법원은 “감정적 대응”과 “형사상 협박행위”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