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차로 오해로 충돌… ‘보복운전’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법원 “고의 아냐 무죄”

양보차로에서 서행 중 충돌한 사고가 ‘보복운전’으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충돌 피하려 멈춘 것일 뿐, 고의·분노운전 증거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Oct 21, 2025
양보차로 오해로 충돌… ‘보복운전’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법원 “고의 아냐 무죄”

사건 개요

2017년 4월의 어느 오후, 대구 한 식당 앞 도로.
사다리차를 몰던 A씨는 우회전 차선으로 진입하기 위해 서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2차로를 달리던 그랜저 차량이 ‘양보’ 표시가 된 차로임에도 불구하고
진로를 내어주지 않고 그대로 달렸습니다.

A씨는 순간 경적을 울렸고, 곧 차량을 잠시 멈춰 세웠습니다.

그런데 그랜저 운전자는 갑작스러운 정지에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앞 범퍼로 A씨의 사다리차 뒤쪽 모서리를 들이받았습니다.

결국 피해 차량에는 약 47만 원 상당의 수리비가 발생했고,
검찰은 A씨를 ‘특수재물손괴죄’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의 주장: “양보 안 해줘서 화가 나 급제동했다”

검찰은 A씨가 양보하지 않은 피해 차량에 격분해
“일부러 급제동을 해 충돌을 유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자동차(위험한 물건)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재산을 손괴했다는 이유로 형법 제366조(재물손괴)
‘위험한 물건 사용’이 결합된 특수재물손괴죄를 적용했습니다.


피고인의 입장: “충돌을 피하려고 멈춘 것뿐입니다”

A씨는 재판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피해 차량이 양보하지 않아 차선을 변경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제 바로 옆으로 붙어서 사이드미러에 보이더군요.
그대로 우회전하면 부딪힐 것 같아 멈췄을 뿐이지,
보복하거나 일부러 멈춘 게 아닙니다.”

A씨는 평소 난폭운전이나 시비 이력이 전혀 없었고,
그날도 차량이 많아 정체와 정지를 반복하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양보 의무 혼동 가능성, 고의로 보기 어렵다”

법원은 도로 상황과 차량 블랙박스 영상, 당사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1. 사고 현장은 두 차선이 합류되는 우회전 구간으로, 차량 흐름이 잦은 정체 구간이었습니다.

  2. 피고인 차량의 속도는 느렸고, 사고 직전 서행과 정지를 반복하는 상황이었습니다.

  3. 피해 차량 역시 안전거리 확보를 하지 않아 충돌 위험이 높았습니다.

  4. 피해 차량이 주행하던 차선은 ‘양보차로’였으며,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양보할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5. 두 차량 사이에는 사고 전까지 아무런 시비나 언쟁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이 화가 나서 보복운전으로 급정거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충돌을 피하려 멈췄을 가능성이 더 높다.”

즉, ‘고의성’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라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결론: 범죄의 증명 부족 → 무죄

결국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무죄로 판단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건의 의미: 도로 위의 오해가 형사 사건으로 번지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운전 중의 오해’가 얼마나 쉽게 형사 고의로 오인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양보차로에서의 판단 착오, 느린 속도의 정체 구간, 그리고 사고 직전의 짧은 브레이크 — 이 세 가지가 겹치면 누구라도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냉정히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형사법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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