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늦을까 급정거했을 뿐… ‘보복운전’으로 기소된 운전자, 항소심서 무죄

가족과 영화 보러 가던 중 급정거 사고, ‘보복운전’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 “고의나 위협 의도 없었다… 단순 과실에 불과”라며 무죄 판결.
Oct 21, 2025
영화 늦을까 급정거했을 뿐… ‘보복운전’으로 기소된 운전자, 항소심서 무죄

사건 개요

2019년 9월 어느 저녁, 공주시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던 A씨(피고인)는 산타페 차량을 몰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쏘나타 차량이 방향지시등도 없이 갑자기 자신의 차선(2차로)으로 끼어들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놀란 A씨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이후 다시 추월해 앞으로 나간 뒤 차선을 변경하며 2차로로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뒤따르던 쏘나타가 A씨의 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은 약 96만 원 상당의 수리비가 발생했습니다.

검찰은 A씨가 ‘끼어든 것에 화가 나서 보복운전을 한 것’이라며
특수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 + 위험한 물건 사용)로 기소했습니다.


1심의 판단: “보복운전으로 볼 수 있다”

1심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앞차와의 거리가 충분했는데도 급정거를 했다”는 이유로
“보복운전 목적의 급제동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해 차량이 끼어들자 고의로 앞을 막고 멈춰 충돌을 유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피고인의 항소: “영화 늦을까 봐 급하게 운전하다가 실수했을 뿐입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날은 가족과 영화관에 가는 길이었어요.
상영 시간이 10분도 안 남아서 급하게 운전 중이었습니다.
아내와 영화 예매를 취소할지 대화하던 중
전방을 제대로 보지 못해 급히 브레이크를 밟은 겁니다.”

A씨는 “피해 차량과 일부러 부딪히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영화 예매 내역과 가족의 진술서를 함께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항소심의 판단: “보복운전 고의, 증거 부족하다”

항소심은 1심을 뒤집었습니다.

법원은 블랙박스 영상, 피해자 진술, 영화 예매내역 등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영화 예매 등 운전 상황이 ‘급박한 이동 중’이었음

피고인은 가족들과 영화 상영 10분 전 상황에서
예매 취소 여부를 아내와 이야기하며 운전 중이었습니다.
따라서 순간적인 부주의나 판단착오로 급정거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② 피고인의 운전 습관과 경력

A씨는 화물차 운전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운전자로,
난폭운전 전력도 없었습니다.
경력이 긴 운전자가 가족을 태운 상태에서 보복운전으로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았습니다.

③ 사고 후의 행동 역시 ‘고의’로 보기 어려움

피해 차량 운전자는 “피고인이 사고 직후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만약 보복운전이었다면, 스스로 경찰을 부르며 ‘블랙박스도 있다’고 말할 이유가 없다.” 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사고 전후에 경적을 울리거나 욕설을 한 적도 없었고,
양측 간의 시비나 언쟁도 없었습니다.

④ 피해 차량의 끼어들기도 사고의 원인 중 하나

피해자 차량이 피고인 차량 앞으로 급하게 끼어든 사실이 인정되었으며,
이는 상황을 급박하게 만든 직접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따라서 전방 주시 미흡 + 끼어들기 혼란으로 인한 우발적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보복운전으로 단정할 수 없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습니다.

“피고인이 차량을 급정거한 행위는 과실에 의한 실수로 보이며,
보복이나 위협을 위한 고의적 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1심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보복운전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급정거’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행위의 의도와 맥락입니다.
피고인이 가족을 태우고 있었다는 점, 영화 예매 상황,

사고 직후의 대응 모두가 ‘위협 의도 없음’을 뒷받침했습니다.

결국, 감정이 아닌 증거가 진실을 밝혀낸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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