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법원은 2024년 3월.
피고인 A씨에게 제기된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과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건의 중심에는 60대 여성 B씨가 있었습니다.
B씨와 A씨는 약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다 교제한 사이로,
2022년 초 결별한 뒤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B씨는 “A씨가 이별 후에도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며 스토킹 피해를 주장했습니다.
반면 A씨는 “합의하에 만나고, 피해자의 허락을 받고 집에 들어갔다”고 항변했습니다.
공소사실 요지
검찰은 A씨가 2022년 1월부터 2월 사이 다음과 같은 행위를 했다며 기소했습니다.
스토킹 행위
피해자 B씨의 주거 앞에서 기다리다가
B씨가 외출할 때 피해자 차량 조수석에 무단으로 탑승.피해자가 “싫다”고 거부했음에도 함께 치과로 따라감.
주거침입 행위
피해자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미리 알아둔 채
피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자신이 가진 열쇠로 문을 열고 거실로 진입.
스토킹 관련 문자 전송
피해자에게 ‘A의 질투가 시작되었다’,
‘이제 전쟁 선포했으니 서로 해보자’,
‘배은망덕한 인간’ 등 불안감을 유발할 만한 문자를 세 차례 전송.
검찰은 “A씨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반복적 접근으로,
스토킹처벌법상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
A씨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행위의 의도와 상황이 달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차량 탑승은 피해자의 동의 하에 이뤄졌습니다.
피해자 집에 들어간 것도 예전부터 사용하던 열쇠로, 허락을 받고 들어간 것입니다.”
그는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도
“오랜 연애 관계에서 생긴 감정적 다툼의 표현일 뿐,
불안감이나 공포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스토킹 혐의와 주거침입 혐의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부족
B씨는 “A씨를 피하기 위해 2021년 5월 이사했다”고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는 이사 당시 피고인과 함께 새로운 거주지를 알아보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시점을 기점으로 피고인을 회피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은 모순된다.”
즉, 피해자의 이별 시점 및 회피 경위가 일관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② 차량 탑승 및 동행, 피해자의 자발적 행위로 판단
법원은 피해자의 차량에 A씨가 동승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피해자는 이후에도 피고인을 태운 채 운전해 치과에 내원했고,
피고인에게 차량 도색을 부탁하는 등
교류를 이어갔다.”
따라서 피해자가 ‘의사에 반한 접근’으로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③ 열쇠를 이용한 주거 침입 아님
피해자는 “피고인이 무단으로 들어왔다”고 진술했지만,
법원은 오히려 피해자가 열쇠 소지를 알고 있었고,
반납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는 현관 앞에서 ‘왜 따고 들어갔냐’고 말했지만,
이는 이미 피고인이 열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열쇠 반납을 요구한 정황도 없다.”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침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④ 문자 전송의 반복성·위협성 부족
A씨가 피해자에게 세 차례 보낸 문자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문자 전송은 불륜관계 중 피해자의 딸이 피고인 딸에게 전화를 건 것에 대한 항의로,
횟수도 3회에 불과하며 반복적이거나 위협적인 수준이 아니다.”
또한 피해자가 명확히 거부 의사를 표시한 증거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접근이라거나
불안감·공포심을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A씨에게 스토킹 및 주거침입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연인 관계에서 비롯된 분쟁이 곧 스토킹으로 단정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법원은 스토킹 범죄의 핵심 요건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접근’과 ‘불안감 유발’을
객관적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열쇠 사용과 같은 주거 출입이 있어도,
상대방의 동의·관계 유지 정황이 있다면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