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물 무죄 판결 — 청소년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처벌 불가

외모가 어려 보여도 청소년임이 명확하지 않다면 아청물이 아니다. 법원은 “명백한 증거 없이는 유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Oct 28, 2025
아청물 무죄 판결 — 청소년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처벌 불가

사건의 배경

2012년, 광주의 한 사무실에서 일하던 30대 남성 A씨는 인터넷 사이트 ‘B’에 접속해 “C”, “D”라는 제목의 영상을 다운로드했습니다.
그는 그 영상들을 외장하드에 저장한 채 2018년 3월까지 보관했습니다.

검찰은 영상 속 인물이 ‘청소년으로 보이는 인물의 성행위 장면’이라며,
A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소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의외의 결말로 이어졌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A씨가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임을 알면서도 이를 소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일명에도 ‘E’라고 표시돼 있어, 아동·청소년이 출연하는 영상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또한, 등장 인물들의 외모가 어려 보이고, 영상물의 제목과 내용이 모두 ‘미성년자’임을 암시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외모가 어려 보여도 ‘아청물’이라 단정할 수 없다

법원은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를 근거로,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명백히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아청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등장 인물이 다소 어려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이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영상 속 여성들은 신체적으로 성인에 가까웠고,
영상 출처로 의심되는 사이트에는 ‘모든 출연자는 18세 이상’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② 나이를 추정할 명확한 자료가 없음

영상물의 제작 경위나 등장인물의 신원, 나이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었으며,
외관만으로는 성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를 막기 위해, 형벌법규는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
명문의 법률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③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증거 없음

결국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영상 속 인물이 ‘아청법상 청소년’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A씨가 소지한 영상이 아청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아청물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외모만으로 미성년자를 단정할 수 없으며,
제작 경위·출처·등장 인물의 정보 등 객관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 ‘법에 없는 죄는 처벌할 수 없다’ — 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확대를 경계한 의미 있는 결정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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