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었다고 아청물? 법원 “청소년 단정 못 하면 무죄”

교복 차림 인물이 등장한 영상이라도 청소년임이 명백하지 않다면 아청물이 아니다. 법원은 “복장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Oct 29, 2025
교복 입었다고 아청물? 법원 “청소년 단정 못 하면 무죄”

1. 평범한 다운로드, 그리고 시작된 수사

2018년 여름, 김해의 한 아파트.
회사원 A씨는 집에서 컴퓨터로 음란물을 검색하다가
‘교복 입은 여학생이 나오는 영상’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다른 영상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다운로드했고,
외장하드에 저장했습니다.

이후 2년이 지나, 2020년 8월.
경찰이 불법 음란물 유통 수사를 진행하던 중
A씨의 외장하드에서 127개의 영상 파일을 발견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교복 차림의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이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A씨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죄로 기소했습니다.


2. 검찰의 주장 — “분명히 아청물이다”

검찰은 영상 속 인물의 복장과 외모, 파일 제목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임을 인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다운로드해 외장하드에 저장한 상태로 2년 가까이 보관했다.
이는 명백한 고의적 소지행위다.”


3. 법원의 판단 — “명백하지 않다면 유죄라 할 수 없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영상 속 인물, 청소년으로 단정할 수 없어

법원은 먼저 영상 속 인물이 ‘청소년’이라는 점부터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등장 인물이 교복 또는 체육복과 유사한 옷을 입고 있더라도,
그 옷이 실제 교복인지 단정할 수 없고,
외관상 명백히 청소년으로 인식된다고 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영상은 얼굴이 나오지 않거나 가려져 있었고,
얼굴이 드러난 일부 장면에서도 등장인물이 청소년임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② 파일 제목이나 대화 내용으로도 확인 불가

검찰은 “파일 이름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파일명만으로는 등장인물의 나이를 알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영상 안에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사나 설명도 전혀 없었습니다.

③ 피고인의 ‘소지 의사’ 입증도 부족

법원은 “설령 해당 영상들이 아청물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계속 보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그냥 일반 음란물인 줄 알고 받았는데,
청소년으로 보이는 장면이 있어 바로 삭제했습니다.”

법원은 이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영상이 저장된 폴더의 ‘마지막 접근 일자’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한 날짜와 일치했다는 점에서,
실제 피고인이 파일을 장기간 보관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4. 법원의 결론 — 무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인식하고 이를 소지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5.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교복 차림 영상’이 곧 아청물은 아니라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판례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어려 보인다거나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은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청소년’의 등장이라는 요건을 두고 있다.
이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 판결은 ‘아청물의 명확성’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다시 한번 확인시킨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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