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연 20% 이자 드린다”
피고인 A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오랜 지인인 피해자 B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회사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곧 투자가 들어온다.”
“연 20% 이자를 주겠다.”
“1년 안에 갚겠다.”
이 말에 피해자는 총 7회, 합계 3,500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검찰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실제로 회사 운영자금으로 쓸 생각이 없었다.
돈을 빌려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쓰려고 했고, 피해자를 속여 편취한 것이므로 사기다.”
그러나 법원은 사기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 핵심 쟁점 — “피고인이 돈의 용도를 속였는가?”
사기죄의 핵심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피고인이 거짓말(기망)을 했는가
그 거짓말이 없었다면 피해자가 돈을 빌려주지 않았는가
즉, 돈 빌릴 때
“나는 이렇게 쓰겠다”는 말이 사실과 달랐고,
그 말을 믿지 않았으면 돈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이 핵심 요건이 모두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3. 법원이 본 사기 고의 부재의 이유
1) 돈의 용도를 속였다고 단정할 근거 없음
검찰은 “회사 운영자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다음 정황을 중시했습니다.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운영자금이 필요해 빌렸다”고 일관되게 진술
금전대차계약서(2013년), 차용증(2020년) 어디에도 자금 용도 기재 없음
최초 대여 시점부터 9년 동안 피해자가 “돈 어디 썼냐”고 물은 적도 없음
즉, 용도 자체가 대여 조건이었다고 보기 어려움.
2) 피해자가 ‘용도’보다 ‘이자(20%)’를 보고 돈을 빌려준 정황이 더 강함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꽤 높은 이자율을 보장해서 동생까지 연결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피해자의 동생 M도 피고인의 계좌로 2,000만 원을 송금하며 대여
이는 낮은 위험 인식보다는 연 20%라는 고금리 수익을 기대한 대여에 가깝습니다.
즉, 피해자는 피고인의 사업 상황보다는
높은 수익을 보고 대여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3)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만 믿고 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 진술을 보면
피고인의 사업 내용을 깊이 알지도 않았고
자금 사정에도 큰 관심이 없었으며
단지 “급하게 필요하다”는 말과 높은 이자 약속을 믿고 빌려준 것으로 보임
즉, 피해자는
피고인의 용도 설명에 의존하여 대여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므로,
“용도를 속였다 → 피해자가 돈을 빌려줬다”라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음
4) 피해자의 진술 자체가 일관되지 않음
피해자는 법정에서 “사업자금 용도로 믿었다”고 말했지만,
10년 후의 진술이라는 점
그 기간 동안 변제받지 못한 감정이 개입되었을 가능성
초기에 작성된 고소장 내용(고금리 약속이 대여 이유)이 상반됨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졌습니다.
4. 결론 — 사기죄는 “의심”이 아니라 “입증”이 필요하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최종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용도를 속였다는 증명 없음
피해자는 용도보다 고금리를 보고 대여
피해자가 그 말을 믿지 않았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증명도 없음
피해자 진술은 일관성 부족 → 사기죄 범죄 인정 불가 → 무죄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는 증명 없으면 무죄”가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돈을 빌려준 사건에서
“용도와 실제 사용처가 다르다 = 자동 사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피해자가 어떤 이유로 돈을 빌려줬는지,
그 결정에 피고인의 설명이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고의로 속였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명이 있어야만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친분관계·고금리 약속·모호한 용도 설명 등 복합적 요소를 고려한 경우
사기죄 성립이 매우 엄격하게 판단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판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