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 이자 약속하고 돈 빌린 사건, 사기인가 아닌가?

피고인이 사업자금을 빌려달라며 3,500만 원을 반복적으로 차용했지만, 왜 사기죄가 인정되지 않았을까? 돈의 용도 고지 여부, 피해자의 대여 의사, 고금리 이자 약속 등 사기의 고의가 없다고 본 법원의 판단을 판례로 설명합니다
Dec 11, 2025
연 20% 이자 약속하고 돈 빌린 사건, 사기인가 아닌가?

1.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연 20% 이자 드린다”

피고인 A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오랜 지인인 피해자 B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회사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곧 투자가 들어온다.”
“연 20% 이자를 주겠다.”
“1년 안에 갚겠다.”

이 말에 피해자는 총 7회, 합계 3,500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검찰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실제로 회사 운영자금으로 쓸 생각이 없었다.
돈을 빌려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쓰려고 했고, 피해자를 속여 편취한 것이므로 사기다.”

그러나 법원은 사기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 핵심 쟁점 — “피고인이 돈의 용도를 속였는가?”

사기죄의 핵심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1. 피고인이 거짓말(기망)을 했는가

  2. 그 거짓말이 없었다면 피해자가 돈을 빌려주지 않았는가

즉, 돈 빌릴 때
“나는 이렇게 쓰겠다”는 말이 사실과 달랐고,
그 말을 믿지 않았으면 돈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이 핵심 요건이 모두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3. 법원이 본 사기 고의 부재의 이유

1) 돈의 용도를 속였다고 단정할 근거 없음

검찰은 “회사 운영자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다음 정황을 중시했습니다.

  •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운영자금이 필요해 빌렸다”고 일관되게 진술

  • 금전대차계약서(2013년), 차용증(2020년) 어디에도 자금 용도 기재 없음

  • 최초 대여 시점부터 9년 동안 피해자가 “돈 어디 썼냐”고 물은 적도 없음

즉, 용도 자체가 대여 조건이었다고 보기 어려움.

2) 피해자가 ‘용도’보다 ‘이자(20%)’를 보고 돈을 빌려준 정황이 더 강함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꽤 높은 이자율을 보장해서 동생까지 연결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 피해자의 동생 M도 피고인의 계좌로 2,000만 원을 송금하며 대여

  • 이는 낮은 위험 인식보다는 연 20%라는 고금리 수익을 기대한 대여에 가깝습니다.
     

즉, 피해자는 피고인의 사업 상황보다는
높은 수익을 보고 대여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3)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만 믿고 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 진술을 보면

  • 피고인의 사업 내용을 깊이 알지도 않았고

  • 자금 사정에도 큰 관심이 없었으며

  • 단지 “급하게 필요하다”는 말과 높은 이자 약속을 믿고 빌려준 것으로 보임

즉, 피해자는
피고인의 용도 설명에 의존하여 대여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므로,

“용도를 속였다 → 피해자가 돈을 빌려줬다”라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음

4) 피해자의 진술 자체가 일관되지 않음

피해자는 법정에서 “사업자금 용도로 믿었다”고 말했지만,

  • 10년 후의 진술이라는 점

  • 그 기간 동안 변제받지 못한 감정이 개입되었을 가능성

  • 초기에 작성된 고소장 내용(고금리 약속이 대여 이유)이 상반됨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졌습니다.


4. 결론 — 사기죄는 “의심”이 아니라 “입증”이 필요하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최종 판단했습니다.

  • 피고인이 용도를 속였다는 증명 없음

  • 피해자는 용도보다 고금리를 보고 대여

  • 피해자가 그 말을 믿지 않았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증명도 없음

  • 피해자 진술은 일관성 부족 → 사기죄 범죄 인정 불가 → 무죄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는 증명 없으면 무죄”가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돈을 빌려준 사건에서
“용도와 실제 사용처가 다르다 = 자동 사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피해자가 어떤 이유로 돈을 빌려줬는지,
그 결정에 피고인의 설명이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고의로 속였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명이 있어야만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친분관계·고금리 약속·모호한 용도 설명 등 복합적 요소를 고려한 경우
사기죄 성립이 매우 엄격하게 판단된다는 점
을 잘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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