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만 했을 뿐인데… 업무방해죄가 무죄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사장 앞에 차를 세웠다고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요? 갈등 끝 고소로 이어진 사건에서 법원이 무죄를 판단한 이유를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 설명합니다.
Dec 04, 2025
주차만 했을 뿐인데… 업무방해죄가 무죄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건개요 — “이 주차가 정말 공사를 방해한 행동이었을까요?”

이 사건은 건물 리모델링과 신축 공사를 둘러싸고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임차인은 건물 1층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건물주는 건물 전면 리모델링과 뒤편 부지의 신축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공사가 시작되자 소음·동선 문제, 자재 반입 과정 등 여러 상황이 겹치며
양측은 점점 감정적으로 예민해졌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임차인은 영업 불편을 호소했고,
건물주는 자신의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로의 입장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작은 사건도 크게 확대되는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건물주는 ‘공사장 진입로에 세워진 임차인의 차량’을 문제 삼기 시작합니다.

건물주의 주장입니다.

“임차인이 공사 차량 진입로에 자기 차를 여러 차례 세워
자재 운반 차량이 드나들지 못하게 했습니다.
총 13번이나 반복해 공사를 방해했습니다.”

반면 임차인의 입장은 전혀 달랐습니다.

“처음부터 건물주가 그 진입로에 주차해도 좋다고 직접 허락했습니다.
요청이 오면 바로 이동해드렸고, 공사를 일부러 방해하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즉, 같은 ‘주차’라는 행위를 두고 건물주는 ‘의도적 업무방해’,
임차인은 ‘허락된 정상적 사용’
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 갈등은 결국 형사고소로 이어졌고, 쟁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과연 이 주차가 ‘업무방해죄’가 될 만큼의 고의성과 방해효과가 있었는가?


쟁점 1 — ‘차를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업무방해가 되는가

업무방해죄는 단순히 불편함을 초래했다고 해서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적 요건은 생각보다 엄격합니다.

  1.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2. 실제로 업무가 방해되었거나 방해될 현실적 위험이 있었는지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차례로 살펴보았습니다.

① 진입로 주차에 대해 ‘사전 합의’가 있었던 정황

임차인이 주차한 진입로는
과거부터 임차인이 차량을 세우던 공간이었습니다.
건물주도 공사 시작 전, 그 길을 주차 공간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약속한 사실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② 공사 차량은 ‘다른 진입로’를 이미 확보해 사용하고 있었음

건물주는 별도의 진입로를 확보해
공사 차량들이 실제로 그 길을 이용했습니다.
즉, 임차인의 차량이 있는 진입로가 ‘유일한 통로’가 아니었습니다.

③ 사진은 특정 시점의 주차 모습일 뿐,

‘온종일 막아뒀다’는 증거는 없음**
건물주는 “07시부터 20시까지 길을 막았다”고 주장했지만
사진은 특정 시간대의 모습만 보여줄 뿐,
온종일 길을 차단했다는 객관적 증거는 없었습니다.

④ 요청을 거부했다는 증거도 없음

“차 좀 빼달라 했는데도 거부했다”는 증거 역시 부족했습니다.
증인들의 진술도 구체적 시점이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쟁점 2 — 갈등이 있었다고 해서 방해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양측 사이에 감정적 앙금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른 사건으로 형사문제가 있었을 정도로 관계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분명히 말합니다.

갈등이 있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방해 의도로 행동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업무방해죄는 “그럴 것 같다”는 추측이 아니라
명확한 고의와 구체적 방해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그 요건은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

법원은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진입로 사용에 사전 양해가 있었음

  • 공사 차량은 다른 진입로로 충분히 드나들 수 있었음

  • 실제 공사가 방해되었다는 입증 부족

  • 임차인의 방해 의도(고의) 역시 증명되지 않음

  • 고소 시점도 공사 종료 후 약 4개월 뒤로 매우 늦어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짐

결국 법원은
이 주차가 업무방해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았습니다.


판례의 의미 — “일상적 갈등과 형사처벌의 경계”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일상적인 주차 갈등이나 공사 분쟁이 쉽게 업무방해죄로 인정될 수 없다는 기준을 명확히 보여준 점입니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핵심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전 동의나 합의가 있었는가

  • 실제로 업무가 방해되었는가

  • 이동 요청을 명백히 거부했는가

  • 대체 통로가 있었는가

  • 고의가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가

이 중 하나라도 명확하지 않다면, 업무방해죄로 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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