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소란, 정말 업무방해죄 될까? – 테이블 넘어지고 조명 깨졌지만 무죄가 된 이유

술자리에서 몸싸움이 나 테이블이 엎어지고 조명이 깨진 사건에서 업무방해죄·재물손괴죄가 왜 무죄가 되었는지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Dec 04, 2025
술자리 소란, 정말 업무방해죄 될까? – 테이블 넘어지고 조명 깨졌지만 무죄가 된 이유

1. 사건의 개요

새벽 시간, 해변 인근의 야외 테라스 술집.

A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가 일행 중 한 사람과 말다툼을 벌이게 됩니다. 언성이 높아지고, 서로 밀치고 당기는 몸싸움으로 번지면서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 테이블이 넘어가고

  • 난간 쪽에 설치돼 있던 조명등(문주등)이 부서졌으며

  • 주변에 앉아 있던 손님들 일부가 자리를 떠남

가게 사장은 영업에 방해가 됐다고 보고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다음 두 가지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됩니다.

  1. 업무방해죄

    • 소란과 몸싸움으로 손님들이 나가게 되어

    • 가게 영업을 ‘위력’으로 방해했다는 혐의

  2. 재물손괴죄

    • 가게 소유의 조명등을 파손했다는 혐의

하지만 결론은 업무방해죄·재물손괴죄 모두 무죄였습니다.

이 사건은 “술집에서 싸움이 나면 다 업무방해죄 아니야?”라는 고민에 기준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 사건의 쟁점

이 사건에서 법원이 따져 본 핵심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1) 재물손괴죄 – 조명등을 ‘고의로’ 깬 것인가?

재물손괴죄가 되려면 단순히 물건이 망가진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드시 ‘고의로’ 남의 물건을 손상시키려는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쟁점은,

  • “조명등을 깨려고 일부러 행동한 것인가?”

  • “아니면 몸싸움 과정에서 우연히 부딪혀 깨진 것인가?”

였습니다.

2) 업무방해죄 –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수준까지 갔는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은 꽤 강한 개념입니다.

  • 단순히 시끄럽게 하거나 불편을 준 정도를 넘어서

  •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압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힘을 의미합니다. (예: 폭행·협박, 집단 난동, 조직적 압박 등)

검찰의 주장은 대략 이렇습니다.

  • 약 20분간 이어진 소란으로 손님들이 나갔고

  • 그 결과 가게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으니

  • 이는 ‘위력으로’ 가게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실제 상황이 그 정도 수준이었는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한지 따져보았습니다.


3. 법원의 판단

1) 재물손괴 부분 – “싸우다 밀려서 깨진 것 같다”

함께 술을 마셨던 일행, 그리고 가게 사장은 다음과 같이 진술했습니다.

  • 서로 멱살을 잡고 밀치는 과정에서

  • 몸이 난간 쪽으로 밀리면서 조명등이 부서졌고

  • 조명등을 잡아서 일부러 내던지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는 취지

즉, 싸움 도중 몸이 밀려 조명등에 부딪혀 깨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법원은,

  • 싸움 과정에서 조명등이 깨진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 피고인이 조명등을 일부러 파손하려 했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조명등 파손은 우연한 결과일 수는 있지만,
재물손괴죄가 요구하는 ‘고의’가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는 이유로 재물손괴죄는 무죄로 결론 내렸습니다.

2) 업무방해 부분 – “소란 = 자동으로 업무방해는 아니다”

검찰은,

  • 피고인의 소란으로 손님들이 나갔고

  • 그로 인해 영업이 방해되었다며

  •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가 성립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주목했습니다.

  1. 소란의 대상

    • 다툼과 몸싸움은 주로 일행끼리 벌어진 것이었고

    • 사장이나 다른 손님을 직접 겨냥한 폭행·협박은 없었습니다.

  2. 사장의 진술

    • 피고인은 상황을 오히려 말리려는 모습도 보였고

    • 가게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으며

    • 심한 욕설을 한 사람은 피고인이 아니라 다른 일행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습니다.

  3. 영업 방해의 정도

    • 일부 손님이 자리를 떠난 것은 맞지만

    • 가게 영업이 완전히 중단되거나

    • 사장·직원이 위협을 느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점이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여 법원은,

“이 사건 소란을 두고 ‘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
“업무방해죄 성립을 인정할 만큼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고 판단해 업무방해죄도 무죄로 보았습니다.


4.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1) 술집 소란이 모두 업무방해죄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게에서 싸우면 무조건 업무방해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사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단순한 말다툼

  • 일행끼리의 몸싸움

  • 일시적인 소란과 불편

만으로는 곧바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가 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업무방해죄가 되려면,

  • 영업주나 손님에게 현실적인 위협과 압박이 가해지고

  • 그로 인해 영업이 상당한 정도로 지장을 받은 정황이

  • 증거로 분명하게 입증되어야 합니다.

2) 형사처벌의 기준 – ‘고의’와 ‘정도’

이 사건은 형사처벌에서 항상 중요한 두 가지 기준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1. 고의 여부 (재물손괴)

    • 물건이 파손되었다는 결과만으로는 부족하고

    • “일부러 그랬는지, 아니면 싸움 과정에서 우연히 그렇게 되었는지”가 핵심입니다.

  2. 위력의 정도 (업무방해)

    • 소란이나 불편을 넘어

    •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제압하고

    • 영업을 실질적으로 어렵게 만든 수준인지가 중요합니다.

3)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원칙

형사재판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작동합니다.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남는다면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 “일부러 조명등을 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 “영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위력을 행사했다”고까지 볼 수 있는지

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남는 이상, 무죄 판단이 내려진 것입니다.


5. 정리하며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점을 보여줍니다.

  • 술자리에서 다툼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 테이블이 넘어가고 조명등이 깨졌으며

  • 일부 손님이 자리를 떠난 상황이라도

곧바로 업무방해죄·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판단 기준은,

  • 고의가 있었는지,

  • 영업을 방해하려는 의도와 위력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얼마나 분명한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비슷해 보이는 사건이라도, 실제 사실관계와 증거 구성에 따라 결론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례는 “업무방해”라는 죄명이 생각보다 까다로운 요건 아래에서 인정된다는 점,
단순 소란과 형사처벌 사이에는 법적으로 생각해야 할 단계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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