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 “가게이자 집이었던 건물”
이 사건은 구조가 조금 특이한 건물에서 시작됩니다.
1~3층: 음식점으로 사용
4·5층: 음식점을 운영하던 가족이 실제로 거주
건물 전체는 아들이 운영하던 법인 명의로 임차
아들은 법인 대표로 음식점을 운영했고, 부모, 누나, 며느리(아들의 아내)와 아이들은 위층에 함께 살면서 가게 일을 도왔습니다. 말 그대로 “가게와 집이 한 덩어리인 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아들이 집을 나가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가게도 점점 제대로 운영되지 않다가 몇 달 전부터는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가 됩니다. 문은 붙어 있지만, 손님이 오가는 가게는 아니었던 상황이죠.
그 와중에 아들은 며느리에게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이제 영업도 그만하고, 건물에서 나가라.”
하지만 며느리는 아이들과 함께 계속 그 집에서 생활합니다.
이 상태에서 문제가 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2. 문제된 장면들 – 검찰이 본 ‘업무방해’와 ‘퇴거불응’
(1) 첫째 날 – 문을 막아선 며느리
어느 날, 아들은 직원들과 경호업체 사람들까지 데리고 건물에 들어가려 합니다.
겉으로는 “가게 영업을 다시 준비하겠다.” 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회사 서류 등을 챙기러 온 상황에 가까웠다는 정황이 있었습니다.
그때 건물 안에는 며느리만 있었습니다.
여러 명이 갑자기 들어오려 하니, 며느리 입장에서는 놀랍고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며느리는 몸으로 문을 막으면서 “잠깐만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라는 취지로 제지
짧은 실랑이 끝에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
변호사는 “막으면 안 된다, 들여보내라”고 조언
며느리는 곧바로 비켜서 문을 열어 주고, 이후에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음
검찰의 해석은 이랬습니다.
“출입문을 막아서 음식점 영업 준비 업무를 방해했다. → 업무방해죄다.”
(2) 둘째 날 – 창문으로 들어간 누나
문제는 다음 날입니다.
아들 측은 경호업체를 통해 건물 출입문을 잠그고 자리를 떠납니다.
문은 잠겨 있고, 열쇠는 아들 쪽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 구조상, 1층 출입문을 통해 위층 집으로 올라가는 구조였습니다.
따로 주거용 출입문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문이 잠겨버리면 → 위층에 사는 가족은 자기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누나는 열린 2층 창문을 발견하고 이런 선택을 합니다.
“집에 들어가야 하니까, 창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누나는 2층 창문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
다시 출입문을 잠가 버립니다.
검찰은 이 장면도 이렇게 봅니다.
“아들 측이 점유를 회복해 놓은 건물에 누나가 창문으로 들어가 다시 잠그고, 아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 음식점 영업 준비 업무를 방해했다(업무방해죄).”
(3) 며느리에게 적용된 ‘퇴거불응죄’
여기에 더해, 검찰은 며느리에게 퇴거불응죄도 적용했습니다.
논리는 단순합니다.
건물 임차인: 아들이 대표인 법인
아들이 며느리에게 “퇴거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
그런데 며느리는 그대로 건물(5층 집)에 거주
→ “나가라고 했는데도 안 나갔으니 퇴거불응이다.”
3. 법원의 판단 – 왜 모두 무죄가 되었나?
(1) “업무방해”를 논하려면, 먼저 진짜 ‘업무’가 있어야 한다
법원은 가장 먼저 그 시점에 실제로 ‘음식점 영업’이라는 업무가 있었는지를 따졌습니다.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보면,
이 음식점은 몇 달 전부터 영업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고
아들 스스로도 그 이후 실제로 영업을 재개하지 않았습니다.
즉, “평소처럼 손님을 받고 있던 가게”가 아니라 이미 문을 닫고 있던 가게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서류를 가지러 들어가려 했다”는 진술이 있는 아들 측과
잠깐 문이 막혔다가 곧 들어간 사실들만 놓고,
이걸 두고 “실제 영업 준비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것입니다.
(2) 첫째 날 – 잠깐 막았다가 곧 들여보낸 상황
첫째 날 장면에 대해 법원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며느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잠깐 몸으로 문을 막았지만,
변호사에게 “막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 곧바로 비켜서 길을 터 줌
이후에는 아들 일행이 건물 안에서 하는 일을 일절 막지 않음
이 정도를 가지고,
“영업 준비 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했다.”고 보기에는 시간도 짧고 수위도 높지 않고 실제로 준비되고 있던 구체적인 ‘영업’도 없었다는 점에서 업무방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둘째 날 – “집에 들어가려는 행동이었을 뿐”
둘째 날, 누나가 창문으로 들어가 다시 문을 잠근 행동에 대해서도 법원은 맥락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이 건물은 4·5층이 가족 실제 주거지였고
전날 경호업체가 문을 잠그고 가버리는 바람에
→ 가족들은 자기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음누나는 그 상황에서 열린 창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고 보았습니다.
즉, 이 행동의 목적은
“집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지,
“음식점 영업을 망치려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게다가 그 이후에도 실제로 음식점 영업이 재개된 사실은 없었고,
구체적인 영업 준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이 부분 역시 업무방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며느리에 대한 퇴거불응 – “그냥 안 나갔다고 다 범죄는 아니다”
퇴거불응죄는 단순히“나가라고 했는데 안 나갔다”만으로 성립하는 죄가 아닙니다.
점유자의 평온을 침해하려는 고의가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며느리는,
아들의 법률상 배우자로서
결혼 후 오랫동안 5층에서 남편·아이들과 함께 살아왔고
한 번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왔을 때
→ 시부모가 받아줘 같은 집에서 계속 살게 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건물 구조상,
음식점과 집이 출입구가 분리된 게 아니라
같은 출입문을 통해 위층 집으로 올라가는 구조였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음식점 쪽을 지나야 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며느리를
“퇴거 요구를 무시하고 남의 건물을 점유한 사람” 으로 보기보다는,
“원래 그 집에 살고 있었고, 시부모도 출입을 허용해 온 가족 구성원” 으로 보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습니다.
법원도 같은 관점에서,
단순히 내용증명으로 퇴거 요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며느리를 형사범(퇴거불응)으로 취급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퇴거불응 부분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4.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가족이 얽힌 건물·가게 분쟁을 형사처벌 문제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1) 업무방해죄는 생각보다 문턱이 높다
이미 영업이 수개월 전부터 중단된 가게에서 구체적인 영업 재개 계획이나 준비도 없는 상태라면 문을 잠갔다, 잠깐 출입을 막았다 하더라도 곧바로 “영업 준비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방해죄는 실제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업무가 있고,
그 업무를 꺾거나 마비시키려는 방해 의도가 명확할 때 비로소 문제됩니다.
2) 가족·주거 분쟁은 민사·가사 영역에 더 가깝다
이 사건의 본질은, “이 건물에서 누가 계속 살고, 누가 가게를 운영할 것인가”를 둘러싼 가족 내부의 점유·운영 갈등입니다.
출입문을 잠갔다, 창문으로 들어갔다, 잠깐 막았다…
이런 행동이 있었다고 해서 모두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3) 퇴거불응죄도 “안 나갔다 = 유죄”가 아니다
퇴거불응죄는 점유자의 평온을 고의로 침해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가족 관계, 그동안의 거주 경위, 건물 구조, 기존에 허용된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며느리를 형사처벌까지 할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했습니다.
결국 이 판결은,
가족·건물 분쟁을 형사처벌 문제로 쉽게 확대하기보다는,
실제 업무 존재 여부와 행동의 목적·맥락을 꼼꼼히 봐야 한다는 기준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