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술자리에서 시작된 사건
2020년 12월 말,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지인 E의 초대로 피고인 A씨는 친구 D의 집을 찾았습니다.
그날 밤, E·F·D와 함께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던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A씨는 경찰의 출석요구서를 받았습니다.
“대마 흡연 혐의로 조사받으러 오십시오.”
A씨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대마요? 저는 그냥 술 마시고 담배만 폈는데요.”
2. 검찰의 주장 — “피고인이 대마를 나눠줬다”
검찰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A씨는 D의 집에서 담배의 연초를 빼고, 그 자리에 대마를 넣어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담배를 E, F, D에게 각각 한 개피씩 나눠주고 함께 피웠습니다.”
즉, 피고인이 대마를 ‘교부’하고 ‘흡연’한 혐의라는 것입니다.
증거로는 D와 F의 진술이 제출됐습니다.
D는 “피고인이 직접 담배를 건넸다”고 말했고,
F는 “누군가 대마초를 나눠줬고 자신도 피웠다”고 증언했습니다.
3. 피고인의 반박 — “나는 마약 전과도 없어요”
A씨는 단호했습니다.
“대마를 피운 적도, 가져간 적도 없습니다.
술 마시면서 담배를 핀 것뿐이에요.”
A씨는 마약사범 전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함께 있었던 D와 F는 각각 다른 마약 사건으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과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A씨를 이들과 공범으로 묶어 기소했습니다.
A씨는 억울했습니다.
“이 사람들 다 마약 전과자예요.
저 혼자 마약사건에 휘말린 겁니다.”
4. 법정의 핵심 쟁점 —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법원은 증언의 신빙성을 세밀히 따졌습니다.
① D·F의 진술 신빙성
D는 재판 내내 “A씨가 대마를 줬다”고 했지만,
사건 당일 함께 있었던 E는 전혀 다른 말을 했습니다.F는 “누가 줬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습니다.
② E의 법정 증언
E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A씨가 대마를 흡연하거나 나눠준 사실은 없습니다.”
E의 마약 검사에서도 마약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③ 정황증거의 부재
당시 연락기록, 거래 흔적, 대마 구매 정황 등 객관적 증거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F의 모발에서만 대마 성분이 검출되었을 뿐,
피고인에게서는 어떤 약물 반응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④ 진술 동기의 의심
법원은 마약 전과자들이 형을 줄이기 위해 타인의 범죄를 과장하거나 전가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D와 F의 진술은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유리한 처분을 받기 위한 허위 진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 법원의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대마를 흡연하거나 교부했다는 부분은
증인 진술만으로는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6. 판결의 의미 — “전과자의 말보다 증거”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증거 없는 진술’만으로는 마약사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전과 유무, 증언의 신빙성, 객관적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약사건이라 해도, 진술만으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 수는 없다.”
이 사건은 억울하게 ‘마약 전과자들의 입’에 휘말린 한 시민이
법의 심판을 통해 명예를 되찾은 이야기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