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시작 — “사업이 곧 성사된다”, “대출을 받아주겠다”
피고인 A는 두 가지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 공소사실 제1항 — ‘사업 명목 사기’
피해자들에게 “곧 계약금 14억이 들어온다”,“사업이 확정되면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는 등 설명을 하며 투자를 유도했다는 혐의입니다.
2) 공소사실 제2항 — ‘신용대출 사기 / 컴퓨터사용사기’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편취했다는 혐의입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진술, 피고인이 보낸 점포 사진, 투자금 흐름 등을 근거로 사기 고의가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판결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2. 핵심 쟁점 — “피고인이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는가?”
사기죄는 다음 두 가지가 명확히 동시에 증명되어야 합니다.
피고인이 거짓말을 했다(기망).
그 거짓말 때문에 피해자가 돈을 지급했다(처분행위).
또한 제2항의 컴퓨터사용사기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해 대출정보를 입력하고 금전을 취득해야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이 요건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프랜차이즈 사업 명목 사기가 무죄가 된 이유
1) 피해자들은 이미 사업이 지연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말한 “6월이면 계약금 14억이 들어온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7월에 추가 투자금을 지급했습니다.
즉,
피해자들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현실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스스로 판단해 투자를 계속했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말이 “사기 목적의 허위 약속”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2) 피고인이 확정적으로 수익을 약속한 증거가 없다
검찰은 “피고인이 확정적 이익을 속였다”고 주장했지만,
언제, 얼마를 준다고 명확히 말한 증거 없음
투자금 일부는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한 사용 가능성 존재
해외 점포 사진이 실제와 다르긴 하나, 그 시점은 투자 이후 수개월 뒤
즉,
피고인의 설명은 다소 과장되었을 수 있으나
사기 고의로 확정적 약속을 한 정황은 없다고 본 것입니다.
3) 최초 권유자는 피고인이 아니라 제3자(E)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들에게 G(가칭) 투자를 권유한 사람은 E,
그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D
였습니다.
피고인은 투자자와 직접 대면하거나 구체적 설명을 제공한 사실이 없었고,
피해자와 처음 접촉한 시점도 환불 요구 과정이었습니다.
즉,
사기의 출발점이 피고인에게서 발생하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4. 컴퓨터사용사기(신용대출 사기)도 무죄가 된 이유
항소심에서 공소사실 제2항은 ‘컴퓨터사용사기’로 변경되었고,
법원은 이 부분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1) 대출 과정에 피해자의 포괄적 동의가 있었던 정황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확인됩니다.
피해자 F는 피고인의 휴대전화 명의를 대출 직전에 본인 명의로 변경해 줌
피고인이 특정 대출 이자를 지속적으로 대신 납부
F의 가게 차임, 차량 리스비용 등을 피고인이 대납
F의 신용카드를 피고인이 관리하고 있었음
이러한 정황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경제적 판단에 개입해 있었고,
일부 금융거래는 F의 포괄적 동의하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대출 정보를 입력했다”
라는 공소사실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2) F 본인이 대출 사실을 몰랐다는 증거가 불충분
피해자는 “대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대출 후 일부 금액이 피해자의 계좌로 입금
그 중 일부는 피해자 가게 임대료 등으로 사용
기존에도 피해자 명의로 이루어진 금융거래에 피고인이 관여
등의 정황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대출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5. 결론 — “거짓말도, 편취의사도 증명되지 않았다” → 사기·컴퓨터사용사기 모두 무죄
법원은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습니다.
투자 관련: 확정적·거짓 약속 입증 불가
대출 관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입력·편취 의사 입증 불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도 부족
검찰의 주장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에 부족
따라서:
“범죄 증명 없음 → 사기 무죄 / 컴퓨터사용사기 무죄”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금전거래·투자·대출 관계에서
민사적 분쟁과 형사적 사기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을 보여줍니다.
투자 사업이 실패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기가 되는 것이 아니며
대출 명의자와 사용자의 관계가 복잡한 경우,
단순 “몰랐다”는 진술만으로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결국 법원은 사기죄는 거짓말·기망의 고의가 명확히 입증될 때만 성립한다는 기본 원칙을 다시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