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를 받고 촬영, 개인 소장 목적이라도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죄가 성립할까

대법원 판결로 본 기준
Feb 10, 2026
동의를 받고 촬영, 개인 소장 목적이라도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죄가 성립할까

"상대방이 동의해서 찍은 건데, 이게 성착취물 '제작'에 해당하나요?"

"유포할 생각 없이 개인적으로 보관하려고 만든 건데도 처벌받나요?"

실제로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연인 관계에서 서로 합의하에 촬영한 영상이 나중에 문제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상대방이 아동·청소년이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이 쟁점에 대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2025도7992).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동의 여부도, 소장 목적도 모두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인 피해자가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이 표현된 영상물을 제작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동시에 해당 촬영물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성폭력처벌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도 함께 적용되었습니다.

1심, 2심 모두 유죄, 피고인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피고인 측의 핵심 주장 — "성착취물이 아니다"

피고인 측이 상고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영상물의 내용이나 형태상 등장인물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되지 않으므로 성착취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둘째, 피해자의 동의 아래 촬영한 것이므로 '제작'으로 볼 수 없다.

셋째, 유포 목적이 아니라 사적인 소지·보관을 위해 만든 것이므로 성착취물 제작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하나하나 명확하게 배척했습니다.

① "명백하게 인식"되는지 여부는 관계없다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두 가지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유형

내용

유형 1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영상물

유형 2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영상물

대법원은 이 두 유형을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유형 1의 경우, 객관적으로 아동·청소년이 실제로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성착취물에 해당합니다.

영상의 내용·형태·구도상 출연자가 미성년자로 "명백하게 인식"되는지 여부는 유형 2의 요건이지, 유형 1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실제 아동·청소년이 출연했다는 사실 자체가 확인되면 끝입니다.
영상만 봐서는 성인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② 동의를 받았어도 "제작"이다

대법원은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의 동의 아래 촬영한 것이라 하더라도 성착취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이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서로 합의해서 찍은 건데요"라는 항변이 자주 나오는데, 대법원은 이를 정면으로 차단한 것입니다.

아동·청소년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그 동의의 유효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청소년성보호법의 입법 취지입니다.

③ 사적 소장 목적이어도 "제작"이다

대법원은 사적인 소지·보관을 1차적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라 하더라도 성착취물을 제작한 것에 해당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유포하거나 배포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제작' 행위 자체가 구성요건이므로, 만든 이상 그 목적이 무엇이든 범죄가 성립합니다.


적용 법조와 법정형 — 왜 이렇게 무거운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죄(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1항)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이를 다른 성범죄의 법정형과 비교하면 그 엄중함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죄명

법정형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①)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성착취물 배포·제공 등 (같은 법 제11조 ③)

3년 이상 징역

성착취물 소지 (같은 법 제11조 ⑤)

1년 이상 징역

통신매체이용음란 (성폭력처벌법 제13조)

2년 이하 징역

제작죄의 법정형이 배포죄보다 무겁고, 소지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큽니다.

집행유예도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5년 이상 징역의 경우 집행유예 자체가 법률상 불가)이라는 점에서, '합의로 찍었다', '개인 소장용이다'라는 인식과 실제 법적 결과 사이의 간극은 매우 큽니다.


촬영물등이용협박죄도 함께 적용

이 사건에서는 성착취물 제작 외에, 해당 촬영물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촬영물등이용협박)도 함께 적용되었습니다.

촬영물을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는 소위 '디지털 성범죄'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촬영 → 소지 → 협박(또는 유포 위협)으로 이어지는 범행 구조에서, 각 단계마다 별도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시사하는 점

석원재 변호사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죄의 성립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상대가 동의했다", "유포할 생각이 없었다", "영상만 봐서는 미성년자인지 모른다" — 이 세 가지는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항변이었습니다.

대법원이 이를 모두 명시적으로 배척함으로써, 향후 유사 사건에서 이러한 주장이 방어 논리로서의 실효성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특히 교제 관계에서 상대방의 나이를 알면서도 성적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 당시에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추후 관계가 틀어졌을 때 고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실무에서 매우 많습니다.

"동의가 있었으니까 괜찮겠지"라는 판단은 법적으로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판결이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수사를 받고 계신 경우,

법정형이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범죄인 만큼 초기 대응 단계에서부터 사안의 법적 쟁점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서로 연인 관계에서 합의하에 찍은 영상도 성착취물인가요?

상대방이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라면,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성착취물 제작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의 동의 아래 촬영한 것이라 하더라도 제작에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했습니다.

Q. 유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만 갖고 있었는데도 처벌받나요?

네, 처벌받습니다.

'제작' 자체가 독립된 구성요건이므로 유포 여부는 제작죄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게다가 단순 '소지'만으로도 별도의 범죄(1년 이상 징역)가 성립하므로, 만들었든 갖고 있든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Q. 영상에서 출연자가 성인처럼 보이면 성착취물이 아닌 건가요?

아닙니다.

실제로 출연자가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라면, 영상의 외관상 성인으로 보이더라도 성착취물에 해당합니다.

"명백하게 인식"되는지 여부는 실제 아동·청소년이 아닌 사람이 출연한 경우(유형 2)의 요건이지, 실제 아동·청소년이 출연한 경우(유형 1)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성착취물 제작죄의 법정형이 얼마나 되나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법정형 하한이 5년이므로 사실상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며, 감형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상당한 실형이 예상되는 중범죄입니다.


판례정보: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7992 판결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5. 5. 14. 선고 (인천)2025노10 판결)

관련법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제4호·제5호, 제11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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