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2020년 초, 한 남성이 음란물 공유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던 링크를 눌렀습니다.
그는 단순히 ‘야동 모음집’을 보려던 것이었고, B라는 메신저 앱에서 해당 링크를 받아 클릭했습니다.
하지만 그 링크는 클라우드 계정으로 연결되었고, 클릭하는 순간 402개의 영상 파일이 자동으로 자신의 E계정(이메일)에 저장되었습니다.
며칠 뒤, 수사기관은 이 남성 A씨의 계정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파일 목록에는 ‘13세 여아의 나체 영상’ 등,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이 포함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결국,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소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A씨가 해당 파일들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고도 이를 계정에 저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링크 클릭 이후에도 파일이 계정에 남아 있었고, 일부 영상을 시청한 점으로 볼 때, 고의적으로 소지한 것이다.”
또한, A씨가 파일을 즉시 삭제하지 않고 수개월간 그대로 두었다는 점에서 ‘계속적 소지 의사’가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피고인의 항변
A씨는 “그냥 일반 야동인 줄 알고 클릭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동으로 파일이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시스템이었고,
저는 영상 내용을 모른 채 1~2개만 봤다가 아동 음란물이 있다는 걸 알고 삭제했습니다.”
또한 그는 “직접 다운로드한 것도 아니고, 컴퓨터나 휴대폰에 저장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2021년 11월 5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단순 클릭, ‘소지’로 볼 수 없다
법원은 “피고인이 음란물 사이트가 아닌 일반 메신저를 통해 링크를 받았고,
해당 주소는 영문 알파벳과 숫자 조합이라 파일 내용을 미리 짐작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습니다.
“자동 저장된 파일을 삭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지’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즉, 단순한 접근이나 일회적 시청은 ‘소지’가 아니다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② ‘402개 파일’ 모두 본 것도 아냐
법원은 “A씨가 402개 파일 중 일부만 열어봤을 뿐, 전체를 반복적으로 시청하거나 배포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해당 법률이 개정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단순 시청’ 행위 자체는 처벌 조항이 없었다는 점도 중요한 근거였습니다.
③ 고의성 입증 실패
검찰은 A씨가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을 장기간 방치한 점을 문제 삼았지만,
법원은 “파일을 삭제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고의성을 단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계속 지배·관리했다는 증거가 없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자동 저장된 파일의 소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고의적 다운로드와 단순 접근을 구별해야 한다”며,
개인의 의도 없이 자동으로 저장된 파일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