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 캐릭터도 아청물?”… 법원이 내린 뜻밖의 결론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 않은 만화 음란물을 올린 남성. 법원은 “개정 전 아청법에는 가상 표현물 규정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Oct 29, 2025
“만화 속 캐릭터도 아청물?”… 법원이 내린 뜻밖의 결론

1.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한 장의 그림

2012년 2월, 인천의 한 아파트.
컴퓨터 앞에 앉은 30대 남성 A씨는 ‘C’라는 애니메이션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게시판 중 하나인 ‘애니-연애’ 게시판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만화 한 편을 업로드했습니다.

등장인물은 실제 인물이 아닌,
만화로 그려진 가상의 캐릭터들이었고,
이들이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 검찰의 판단 — “명백히 아동으로 인식되는 캐릭터”

검찰은 단호했습니다.

“만화 속 인물들이 모두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존 인물이 아니더라도, 이런 표현물은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합니다.”

검찰은 A씨가 업로드한 파일을 다수가 다운로드할 수 있었던 점을 근거로,
그의 행위를 “불특정 다수에게 음란물을 전시한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3. 법정에서 벌어진 논쟁

법정의 쟁점은 하나였습니다.
“실제 아동이 등장하지 않는 만화도 아청물일까?”

당시(2012년 초)는 아청법이 개정되기 전이었습니다.
그 이전 법률은 ‘아동·청소년이 등장해 성행위를 하는 내용’만을 아청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즉, 가상의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표현물은 법률상 음란물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4. 법원의 판단 — “법이 바뀌기 전이었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은 명확했습니다.

“피고인이 업로드한 파일에는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원은 이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등장하는 경우까지 음란물로 규정한 것은

2012년 3월 16일 개정된 법부터 적용된다.”

즉, A씨의 행위 시점은 개정 이전이었기 때문에,
그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던 것입니다.


5. 판결의 결론

결국 법원은 “범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6.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가상의 표현물과 실제 아동 음란물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한 첫 판례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단호했습니다.

“법률이 규정하지 않은 부분까지 형사처벌을 확대할 수 없다.”

이 판결은 이후
2012년 3월 개정된 아청법 제2조 제5호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등장하는 경우”를
포함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즉, A씨 사건은 법 개정 이전의 공백을 드러낸 결정적 사례였던 것입니다.


 

Sha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