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2016년 12월, 안산의 한 아파트.
50대 남성 A씨는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를 통해 한 남성 D의 신상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이름, 사진, 주소, 범죄경력까지 포함된 그 정보는 공개대상자에게만 열람이 허용되는 자료였습니다.
그런데 A씨는 휴대전화로 그 화면을 촬영해, 메신저 앱을 통해 피해자 D의 지인 F에게 전송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의 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피고인이 여성가족부의 공식 공개정보를 무단으로 촬영하고,
그 사진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타인에게 전송한 행위는 명백히 불법 공개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법 조항에 따르면, 성범죄자 신상공개 정보를 활용해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하면 처벌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E 메신저도 정보통신망의 일종이므로, 한 사람에게 보냈더라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공개행위’로 봐야 한다.”
피고인의 항변
A씨는 “SNS나 게시판에 올린 게 아니라, 지인 한 명에게만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그는 “명예훼손이 될까 봐 SNS에는 올리지 않고, 개인적으로만 알려준 것”이라며,
공익 목적의 알림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인 F가 그 사람에게 피해를 입은 적이 있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말라고 조심시키려 한 것뿐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정보통신망 이용한 공개’의 의미
법원은 “모든 정보통신망을 통한 전송이 곧 ‘공개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법 조항의 취지는 신문·방송·인터넷 게시판 등 다수에게 전파될 수 있는 공개성을 가진 매체를 통한 유포를 금지하는 데 있습니다.
“개인 간 1:1 대화는 공개성이 결여되어 있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공개행위로 보기 어렵다.”
② 피고인의 행동, ‘비공개적 전달’에 불과
법원은 A씨가 메신저를 통해 단 한 명에게만 보냈고,
그조차 ‘명예훼손이 걱정된다’며 SNS에는 게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또한, 메신저 대화의 특성상 다수에게 자동적으로 노출되거나 전파될 위험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E 메신저는 타인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피고인의 전송 행위가 공개행위로 보기 어렵다.”
③ 법의 해석 — ‘공개성 있는 정보통신망’만 처벌 대상
법원은 “법이 금지하는 것은 신문·방송 등과 마찬가지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될 가능성이 있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행위”라며,
이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사건의 의미
이 판결은 성범죄자 신상정보의 활용 한계를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공개성과 전파 가능성이 없는 개인 대화까지 처벌 대상으로 확장하는 것은 법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공개’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며,
사적 대화와 공적 공개의 경계를 구분한 판례로 의미를 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