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양성 반응 나왔는데 무죄? 소변검사 절차의 함정

소변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 증거 절차가 불명확하면 마약 사건에서도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판결이다.
Oct 31, 2025
필로폰 양성 반응 나왔는데 무죄? 소변검사 절차의 함정

1. 도로변에서 발견된 남자

2015년 10월 15일 새벽 12시 20분.
경남 고성의 한 도로변.
지나가던 경찰관이 길가에 앉아 있는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횡설수설하며 “몸이 안 좋다”, “담뱃재를 몸에 넣었다”는 등 이상한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 남성은 40대 A씨.
경찰은 그를 지구대로 데려갔다가 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A씨가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며
간이 시약 검사를 위해 그를 경찰서로 임의 동행시켰습니다.


2. 경찰의 검사 — “소변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A씨는 경찰서에서 소변을 제공했습니다.
경찰은 ‘아큐사인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했고,
결과는 “양성”.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에도
A씨의 소변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적혔습니다.
그 결과, A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3. 피고인의 반박 — “소변은 한 번만 냈습니다”

A씨는 재판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소변은 한 번만 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두 번째 통으로 다시 검사했다’고 하더군요.
제 소변이 두 개로 늘어났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의 진술은 일관됐습니다.
경찰도 “소변은 한 번 채취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국과수 감정서에는 ‘소변 2통(각 40ml)’이 감정물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법원은 “채취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4. 수사 절차의 혼선

사건 기록에 따르면,

  • 경찰은 “첫 검사에서 희미하게 양성이 나와 재검사를 했다”고 보고했고

  • 국과수에는 소변통 2개가 감정물로 제출됐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한 번만 소변을 봤다”고 했고,
경찰관 F도 “소변은 한 통뿐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감정서에는 소변 두 통 모두 양성 반응으로 기록돼 있었지만,
그 중 어느 것이 실제 피고인의 소변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소변 두 통 모두 피고인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경위를 설명할 자료도 없어 감정 결과를 증거로 삼기 어렵다.”


5. 모발검사도 절차 위반

국과수 감정서에는
A씨의 모발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모발은 봉합되지 않은 비닐봉투에 담겨 국과수로 보내졌고,
피고인의 무인(손도장)도 찍혀 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1차 채취가 실패하자 경찰이 재채취를 했지만,
피고인의 2차 채취 동의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 감정 결과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6. 경찰의 주장과 피고인의 해명

경찰은 A씨가 병원 응급실에서
“새로 나온 암페타민을 일주일 전에 했다”고 말했다며
그의 말을 증거로 삼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졸피뎀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가 병원에서 깨어났습니다.
기억이 없습니다.”

A씨는 사건 직전까지 병원에서 졸피뎀(수면제)을 복용 중이었고,
실제로 병원 처방 기록도 남아 있었습니다.

법원은 “A씨의 환각 증세가 졸피뎀 복용 부작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7. 법원의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법원은 1심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감정에 사용된 소변 2통이 모두 피고인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모발감정 또한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8. 판결의 의미 — “증거의 출처가 불분명하면 유죄도 없다”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마약사건의 과학적 증거가 절차적 투명성을 갖추지 못했을 때
어떻게 무죄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법원은 분명히 밝혔습니다.

“형사재판의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이 전혀 없는 증거에 근거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절차가 불명확하다면, 그 혐의는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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