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캐릭터 등장 애니메이션 아청물 아니다 법원 무죄 판결

교복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다운로드한 남성에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실제 아동이 없는 가상 표현물은 아청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Oct 28, 2025
가상 캐릭터 등장 애니메이션 아청물 아니다 법원 무죄 판결

사건의 배경

2013년 봄,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퇴근 후 집에 돌아온 30대 남성 A씨는 인터넷으로 애니메이션 영상을 검색했습니다.
그가 검색창에 입력한 단어는 ‘애니H’.
결과 목록 중 하나였던 ‘애자매’라는 제목의 파일을 클릭해 다운로드했습니다.

하지만 이 파일이 문제였습니다.
영상에는 교복을 입은 캐릭터들이 등장했고, 성행위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A씨는 영상을 보고 놀라 곧바로 삭제했지만, 이미 다운로드 이력이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소지)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의 주장

검찰은 “A씨가 다운로드한 영상은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영상 제목과 등장 캐릭터의 외모, 복장이 모두 미성년자를 연상시킨다며,
피고인이 아청물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소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피고인의 항변

A씨는 “단순히 성인 애니메이션인 줄 알고 다운로드했을 뿐”이라며,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또한 “교복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하긴 했지만, 실제 인물이 아니었고 곧바로 삭제했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가상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① ‘가상의 표현물’과 ‘실재 아동’은 다르다

법원은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의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복이나 세일러복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해서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가상의 표현물이다.
비록 음란성이 인정되더라도, 실재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와 본질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법원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2002년 Ashcroft v. Free Speech Coalition)까지 언급하며, “가상의 음란물에까지 형사처벌을 확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② ‘소지’로 보기 어려움 — 즉시 삭제

재판부는 피고인이 영상을 내려받은 직후 삭제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영상 제목만으로는 아청물로 인식하기 어려웠고, 시청 도중 인식하자마자 삭제했다면
이를 반복적 소지나 배포 의도가 있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운로드 직후 삭제한 것은 단순 열람에 그친 것이며,
최소한의 지배 의사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범죄의 증명이 없다’

법원은 “파일 제목 ‘애자매’만으로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연상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는 피고인의 고의나 소지 의사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가상의 음란물’을 실제 아동 음란물로 처벌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실재 인물이 등장하지 않은 표현물에까지 형사처벌을 확장하는 것은 법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며, 죄형법정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균형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한 번의 다운로드와 즉시 삭제로는 ‘소지’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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