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앞 집회, 어디까지 허용될까? 업무방해죄로 보지 않은 이유

은행 앞에서 진행된 집회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 시위에 따른 소음·불편이 어느 수준까지 ‘정당한 집회’로 인정되는지, 법원이 무죄로 본 이유를 쉽게 설명합니다.
Dec 04, 2025
은행 앞 집회, 어디까지 허용될까? 업무방해죄로 보지 않은 이유

사건개요 — “불법대출 의혹 규탄 집회, 문제는 집회 방식이었다”

이 사건은 대출 관련 의혹을 제기한 피고인 A씨가 은행 지점 앞에서 집회를 주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지역주택조합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금융수수료’와 ‘불법 대출’ 의혹을 제기하며,
은행 지점 앞에서 약 8시간에 걸쳐 규탄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집회는 신고된 내용에 따라

  • 도로변과 주차장 쪽

  • 은행 출입구는 제외

  • ‘E의 불법대출 규탄’, ‘수사 촉구’

라는 목적을 갖고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다음과 같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 피고인이 고객들을 향해 “예금 해지해라, 대출금 회수가 안 될 것이다”라고 외쳤다는 주장

  • 피고인과 일부 시위자가 지점 내부에 들어가 항의하거나 어슬렁거렸다는 주장

  • 고객 출입이 어려웠다는 주장

검찰은 이러한 행동이 신고된 집회 범위를 넘어선 위력 행사,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현수막 문구 등을 이유로 신용훼손·명예훼손,
지점장실에 들어간 CCTV 장면을 근거로 방실침입죄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집회의 목적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했으며, 소란을 일으킨 적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쟁점 1 — 집회에서의 발언과 행동이 ‘업무방해’에 해당하는가?

법원은 업무방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집회의 자유’와 ‘업무 보호’ 사이의 균형을 먼저 검토했습니다.

우리 법원은 집회·시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회·시위는 본질적으로 소음·불편을 수반하며,
사회통념상 용인 가능한 범위라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대법원 판례 기준)

이 기준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의 행동이
‘합리적인 시위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다음이 핵심 근거가 되었습니다.

① 고객에게 한 발언은 집회 목적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음

피고인은 일부 고객에게 “예금 해지하라”, “대출금 회수가 안 될 것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발언의 맥락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 집회의 본래 목적은 불법대출 의혹 규탄

  • 해당 발언은 그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

  • 완전히 다른 주제를 언급한 것이 아님

즉, 집회 목적에서 크게 벗어난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피고인이 은행 내부에 들어간 시간은 ‘약 4분’에 불과

CCTV 분석 결과 피고인은
약 4분간 내부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내부에서 소란을 피운 정황 없음

  • 직원의 업무를 직접 방해한 증거 없음

따라서 은행 업무가 실제로 방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습니다.

③ 고객 출입이 어려워졌다는 객관적 증거 부족

검찰은 “출입이 어려웠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할 만한 구체적·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즉, 시위로 인한 불편은 있었더라도,
이는 사회적으로 허용 가능한 범위 내의 집회 영향이라는 판단입니다.


쟁점 2 — 신용훼손·명예훼손·방실침입 혐의는 인정되는가?

검찰은

  • 현수막 문구가 허위 사실이라서 신용·명예를 훼손했다,

  • CCTV에 이사장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있으므로 방실침입이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모두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① 현수막 문구가 ‘허위사실 단정’이라고 볼 수 없음

문구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평가의 표현에 가까웠고,
구체적 사실을 단정적으로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② 명예훼손·신용훼손의 고의성 부족

피고인은 실제로 문제를 제기하는 운동을 하고 있었고,
‘의혹 제기 목적의 표현’ 역시 인정된 점을 고려했습니다.

③ 이사장실 출입도 위법한 침입이라고 보기 어려움

출입 장면이 있기는 했지만,

  • 강제로 들어간 것인지

  • 업무 방해 목적이 있었는지

  • 출입 자체가 금지된 공간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범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신용훼손·명예훼손·방실침입 모두 범죄 증명 부족으로 보았습니다.


법원의 최종 판단 — “업무방해 포함, 모든 혐의 무죄”

법원은 종합적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시위로 인해 일부 불편이 있었더라도
    정당한 집회 범위 내에서 발생한 영향으로 볼 수 있음

  • 직원 응대나 고객 출입이 실질적으로 방해되었다는 증거 없음

  • 발언 및 현수막 문구는 ‘의혹 제기’ 영역

  • 이사장실 출입도 범죄 성립 요건 불충족

따라서 업무방해·명예훼손·신용훼손·방실침입 모두 무죄입니다.


판례의 의미 — “시위에 따라 발생하는 불편은 일정 범위까지는 허용된다”

석원재 변호사

이 판례는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① 집회·시위는 일정 수준의 소음·혼잡을 수반하며, 이는 사회가 수인해야 한다.

불편이 있었다고 해서 바로 업무방해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② 집회의 본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호된다.

③ 집회 장소를 오가는 것만으로는 업무방해가 성립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업무 차단’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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