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피고인 A씨(남, 26세)는
2020년 가을 직장에서 만난 23세 여성 B씨와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약 2년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2022년 여름, 결국 B씨가 먼저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근황을 전했습니다.
그러다 같은 해 12월, A씨가 보낸 6통의 이메일이 문제가 됐습니다.
공소사실
검찰은 A씨가
2022년 12월 1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총 6회 이메일을 보냈다며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피해자 B씨는 “A씨에게 이미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이메일이 계속 와서 불안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고,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했다.”
며 처벌을 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그러나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형사6단독(임한아 판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메일을 보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① 교제 후에도 이메일을 주고받던 관계
법원은 “두 사람은 2020년 9월부터 교제했고,
헤어진 뒤에도 2022년 12월 11일까지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근황을 공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즉, A씨의 이메일이 갑작스럽게 보내진 것이 아니라
상호 대화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 것입니다.
② 피해자의 ‘거절 의사’ 입증 부족
B씨는 “A씨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어떻게 거절 의사를 표현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오히려 피해자는 일부 이메일 답장을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B씨의 진술만으로는
A씨가 명확히 ‘거절 의사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③ 이메일 내용 자체가 위협적이지 않음
법원은 A씨가 보낸 이메일의 내용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이메일 내용은 단순히 근황을 전하거나, 감정 정리를 위한 대화 수준에 그쳤으며,
사회 통념상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
즉, 이메일 6통의 표현은 감정적인 미련의 표현일 뿐,
위협이나 괴롭힘의 의도는 없었다는 판단입니다.
④ 스토킹 범죄의 ‘지속성·반복성’도 인정 안 돼
스토킹 범죄로 처벌되려면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A씨의 이메일은 10일간 6통에 불과했고, 그 후 추가 연락은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메일 발송이 단기간에 그쳤고,
추가적인 접근 시도도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스토킹범죄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의 의미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이별 후 연락’과 ‘스토킹 행위’의 경계를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단순한 미련이나 감정 표현이 담긴 연락이
즉시 스토킹으로 처벌될 수는 없다”며,
행위의 의도·빈도·내용·상대방의 명확한 거절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