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양성 반응에도 무죄 — 해외에서 투약했다면?

귀국 후 소변에서 필로폰이 검출됐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Oct 31, 2025
필로폰 양성 반응에도 무죄 — 해외에서 투약했다면?

1. 사건의 발단

2008년 4월
A씨의 소변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경찰은 그가 5일 전인 4월 8일 자택에서 필로폰을 코로 흡입해 투약했다며 체포했습니다.

검찰은 A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 피고인의 주장 — “입국 전 필리핀에서 투약한 흔적일 뿐”

A씨는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4월 4일 필리핀에서 귀국하기 전에 현지에서 한 번 투약한 게 전부입니다.
한국에서는 투약한 사실이 없습니다.
소변에서 성분이 나온 건 그때 투약한 잔류 영향일 뿐입니다.”


3. 검찰의 증거 — 감정서와 ‘공범 D의 진술’

검찰은 다음 두 가지를 핵심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마약감정서 — 4월 9일 채취한 소변에서 메트암페타민 양성 반응.
D의 경찰 진술조서 — “4월 8일, A씨와 함께 필로폰을 코로 흡입했다.”


4. 법원의 판단 — “5일 간격, 필리핀 투약 가능성 남아”

법원은 감정서만으로 국내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필로폰 투약 후 숙련자의 경우,
소변에서 검출되는 기간은 보통 7~10일 이내로 추정된다.
피고인은 4월 4일 입국했고, 4월 9일 소변을 채취했으므로
입국 직전 필리핀에서 투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감정서만으로는 국내 투약을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5. D의 진술 — “증거능력 없다”

검찰은 공범 D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4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D는 조사 직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강제퇴거되어
법정에서 증언할 수 없었습니다.

“외국에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증언 불가 사유가 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연락처 확보, 귀국 일정 확인,
공판 출석 방안 등을 충분히 강구해야 한다.”

검찰이 이런 조치를 취한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D의 진술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6.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결국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감정서와 진술조서 외에 국내 투약을 입증할 증거가 없고,
필리핀 투약 가능성 또한 배제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7. 판결의 의미 —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마약사건에서 ‘투약 시점의 입증 책임’을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국내에서 투약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외국 투약 가능성만으로도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의심이 남는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
형사재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확인한 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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