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배경 — 잉어빵 가게 앞에 생긴 자율포장대
전통시장 한가운데 잉어빵을 파는 가판대가 있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허가·신고 없이 10년 넘게 잉어빵을 조리·판매했고, 뒤쪽에는 도로 위에 컨테이너를 올려둔 가설건축물을 두고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상인회 입장에서는
무신고 식품영업,
도로점용허가 없는 불법 구조물
이라 문제 제기를 했고, 관청도 여러 차례 시정·철거를 지도한 상태였습니다.
그 와중에 잉어빵 주인은 건강 문제로 장사를 중단하고 몇 달째 휴업에 들어갑니다.
가게 앞은 사실상 비어 있는 공간이 되었고, 시장 손님들은 이 길을 통해 고객센터로 오가는 구조였습니다.
이때 시장 상인회장 A가 그 앞에 손소독제와 자율포장대(가로 2m 정도)를 설치합니다.
코로나 시기라 손님들이 시장에서 산 물건을 포장하고 손을 소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2. 검찰의 시각 — “가게 앞을 점유해 영업을 방해했다”
잉어빵 주인은 건강이 나아진 뒤 다시 장사를 시작하려고 하다가,
“가게 앞에 포장대가 버티고 있다”며 A를 고소합니다.
검찰은 이렇게 봅니다.
잉어빵 가게 앞 공간은 원래 가게 영업을 위한 장소인데,
상인회장이 일방적으로 자율포장대를 설치·고정해 출입·영업에 지장을 줬고,
이는 위력으로 영업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즉, “남의 가게 앞을 자기 물건으로 차지해 놓은 행위”를 업무방해로 본 것입니다.
3. A의 입장 — “휴업 중인, 그것도 불법영업 앞 공간이었다”
A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그때는 가게가 아예 문을 닫고 있었다.
포장대를 설치할 당시 잉어빵 장사는 몇 달 전부터 중단된 상태였고,
업주도 “당분간 장사 안 한다”고 말해 왔다는 겁니다.애초에 그 영업 자체가 위법했다.
식품위생법상 신고 없이 10년 넘게 조리·판매,
도로 위 불법 컨테이너 설치.
이런 상태의 영업까지 형사법으로 보호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입니다.
시장 공용시설 설치라는 인식이었다.
시장 중앙부, 고객센터 앞이라는 위치를 고려해
“시장 손님 모두를 위한 자율포장대”를 둔 것이고,
특정 점포 영업을 꺾으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4. 법원의 판단 — “업무도 아니고, 방해 위험도 없었다”
법원은 세 단계로 잘라서 봤습니다.
① 이 영업이 ‘보호할 만한 업무’인가?
잉어빵 가게는
무신고 식품영업,
도로 불법점용 컨테이너를 기반으로 한 영업이었습니다.
관청이 반복해서 시정·철거를 요구해 온 점까지 고려해,
법원은 “이 정도 위법성이 쌓인 영업을 형법상 업무로 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업무방해죄가 지켜 주는 ‘업무’의 범위 바깥이라는 뜻입니다.
② 포장대를 설치할 때, 방해할 ‘업무’가 실제로 존재했는가?
포장대 설치 당시 잉어빵 가게는 휴업 중이었고,
주인 스스로도 “당분간 장사 안 한다”고 말한 상황이었습니다.
법원은 “이미 중단된 영업에 대해, 미래에 언젠가 할지도 모를 영업을 미리 방해했다는 식으로까지 넓게 볼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행위 시점 기준으로 실제 업무나 현실적 방해 위험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③ 영업을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는가?
시장 한가운데, 방역·편의를 이유로 공용 포장대를 설치한 점,
불법 구조물·위법 영업에 대한 행정조치가 계속되던 점,
휴업 상태였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A가 “잉어빵 장사를 못 하게 만들어야지”라는 마음으로 포장대를 설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보호가치 있는 업무 인정 X,
업무방해 결과·위험 X,
방해의 고의 X
세 가지 모두에서 업무방해죄 성립을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5. 판결의 의미 — 어떤 ‘업무’까지 형사법이 지켜줄 것인가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위법성이 심한 영업은 업무방해죄로 보호받기 어렵다.
단순한 신고 누락 수준을 넘어
공중위생·도로점용 질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형태라면,
형법이 일일이 방패 역할을 해주지는 않습니다.행위 당시 실제 업무가 있어야 ‘업무방해’도 있다.
문 닫고 몇 달째 쉬고 있는 가게 앞에 무엇을 설치했다고 해서
바로 업무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 업무” 또는 “현실적인 방해 위험”이 필요합니다.분쟁이라고 해서 모두 업무방해로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
시장 내 시설 배치, 통행로, 공용공간 활용은
행정·민사·상인회 내부 규약 등 여러 층위에서 다툴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를 곧바로 “내 영업을 막았다 = 업무방해죄”로 가져가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전통시장·노점·가설건축물·유치권 등에서
서로 “내 영업을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판례는 업무의 성격과 위법성, 실제 방해 위험, 고의를 차분히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