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제보, 허위진술, 그리고 무죄 — 법정이 본 진실의 무게

“공범 진술 신빙성 결여·투약시기 불명확… 범죄 증명 없다”
Oct 31, 2025
필로폰 제보, 허위진술, 그리고 무죄 — 법정이 본 진실의 무게

1. 또다시 법정에 선 남자

A씨는 이미 2019년 필로폰 투약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그해 10월 원주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전력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20년 1월 17일 밤 11시 10분경,
서울 영등포구에서 지인 D를 자신의 차량에 태웠다는 사실이 공소장에 적혔습니다.

검찰은 이 만남을 근거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은 D에게서 필로폰 약 0.1g을 무상으로 교부받았다.”


2. 검찰의 증거 — “D와 E의 진술, 그리고 모발감정서”

검찰은 세 가지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공범 D의 진술: “그날 A씨에게 필로폰을 줬다.”
E의 경찰 진술조서: “A씨가 D에게 약을 달라고 전화했다.”
A씨의 모발감정서: 필로폰 성분 양성 반응.

이 세 가지가 “피고인의 필로폰 수수”를 입증한다고 봤습니다.


3. 피고인의 항변 — “만나긴 했지만, 약은 없었다”

A씨는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날 D를 만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필로폰은 받은 적이 없습니다.
모발에서 나온 반응은 D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4. 법정에서 드러난 ‘꾸며낸 진술’

법원은 증인들의 진술을 면밀히 살폈습니다.

① E의 경찰 진술, 사실이 아니었다

E는 경찰에서 “A씨가 D에게 약을 달라 했다”고 말했지만,
법정에서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그날 일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D가 ‘그런 내용으로 말해달라’며 부탁해서 진술했습니다.”

D 역시 법정에서 이를 인정했습니다.
“제가 E에게 부탁해서 대신 진술하게 한 겁니다.”

결국 E의 경찰 진술은 D가 꾸며낸 이야기였습니다.

② 공범 D의 진술도 신빙성 부족

D는 2020년 3월, 다른 마약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협조의 공적을 받아 선처받기 위해” A씨를 제보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처음 제보한 내용은 이랬습니다.

“A씨가 2020년 2월 말 인천 편의점 앞 노상에서 필로폰 0.5g을 15만 원에 팔았다.”

즉, 시기·장소·행위태양이 이번 사건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후 경찰이 통신기록을 확보하고 나서야
D의 진술 내용이 “서울 영등포역에서 필로폰을 준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법원은 “수사자료에 맞춰 진술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5. 법원의 판단 — “증거는 모두 불충분”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E의 진술 — 조작된 내용

“E는 사건을 목격하지 않았고, D의 부탁으로 허위진술을 했다.
그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

D의 진술 — 공적을 위한 제보

“D는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A씨의 범행을 꾸며 제보했다.
제보 내용은 시기·장소가 다르고, 피고인의 범행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도 없다.”

모발감정서 — 투약 시기 특정 불가

“피고인의 모발에서 필로폰이 검출됐지만, 그 투약 시점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D로부터 받은 약과 관련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6.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공소사실은 증거로 입증되지 않았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한다.”


7. 판결의 의미 — “제보와 조작된 진술, 증거가 될 수 없다”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공범 제보에만 의존한 마약 수사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법원은 “누군가의 진술이 아무리 구체적이어도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지 않으면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수사협조를 위한 허위진술, 제보자의 이해관계,
그리고 불확실한 감정결과는 결코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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