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남 한 사무실에서 시작된 이야기
2018년 여름, 강남의 한 사무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다소 믿기 힘든 제안을 합니다.
“우리 회사가 만든 D 코인이 있는데, 지금 개당 100원에 30만 개 드릴 수 있어요.
가격이 떨어져도 원금은 무조건 보장합니다.”
듣기만 해도 흔히 말하는 ‘코인 사기’의 전형 같은 문장입니다.
피해자는 이 말을 믿고 3,0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검찰이 본 결론은 간단합니다.
회사는 D 코인을 만든 적도 없고
피고인은 돈을 개인적으로 쓰려 했으며
원금 보장 능력도 없다 → 사기다
하지만 법원의 결론은 “무죄”였습니다.
2. 이 사건이 흥미로운 이유 — 말한 사람과 믿은 사람이 서로 달랐다
법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이 원금 보장한다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정작 법정에서는 말을 바꿉니다.
“송금 전에 원금 보장 얘기는 안 들었다.”
“피고인이 코인을 만든 회사 대표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아니었다.”
즉,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법정 진술 사이에 핵심 내용이 크게 흔들린 것입니다.
사기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피해자가 어떤 말을 듣고 착오에 빠져 돈을 준 것인지인데, 그 핵심 부분이 법정에서 모호해졌습니다.
3. 피고인의 실제 행동은 어땠을까?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피고인 측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 부탁으로 D 코인을 대신 구매해주었고
구매 후 이를 관리하다가
나중에 피해자에게 넘겨주었다
는 것입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코인을 만든 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판결문 어디에도 “피고인이 가짜 코인을 만들어 팔았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다음 두 가지입니다.
피해자가 송금 전에 들었다고 주장한 말이 신빙성이 낮다
피고인이 돈을 받은 뒤 사적 횡령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
즉, “애초부터 돈을 먹튀하려 했다”는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4. 사기죄의 핵심 — ‘거짓말을 하고 속일 의사’가 있었는가?
사기죄는 단순히 “말이 사실이었는지 아닌지”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도, 즉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입니다.
판결문은 이를 매우 강조합니다.
피고인이 거짓말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 없음
피해자의 진술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서로 다름
피고인이 돈을 받은 뒤 실제로 “편취 목적 행동”을 했다는 증거 없음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는 “합리적 의심 없이” 피고인의 사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피고인이 사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들지만, 의심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는 결론이 된 것입니다.
5. 결론 — 사기죄 불성립 → 무죄
법원은 명확하게 말합니다.
피해자 진술 신빙성 부족
피고인의 기망행위 증명 부족
편취 목적 의도(고의) 입증 부족
따라서:“사기죄로 보기 어렵다 → 무죄”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인 ‘의심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가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판결의 의미 — 왜 이 판결이 중요한가?
석원재 변호사
이 사건은 ‘투자 사기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도
정말로 사기죄가 되려면 무엇이 증명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피해자가 어떤 말을 듣고 돈을 준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피고인이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 객관적 정황이 입증돼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흔들리면 사기죄는 쉽게 성립하지 않는다.
즉,
단순히 “코인을 사라 했다”, “수익난다고 했다”는 이야기만으로
형사처벌이 되는 것은 아니며,
거짓말 + 그로 인한 처분행위 + 기망의사
이 세 가지가 모두 명확히 증명되어야만 사기죄가 성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