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배경
2016년 3월 20일경, 부산 해운대의 한 노상.
검찰은 피고인 A씨가 필로폰을 불상량 투약했다며 그를 기소했습니다.
공소장에는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피고인이 3월 20일부터 21일 사이
부산 해운대구 일대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문장이 담겼습니다.
2. 검찰의 근거 — 제보자 C의 진술
A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유일한 증거는 제보자 C의 진술이었습니다.
C는 수사기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피고인을 해운대 D 앞 노상에서 만났는데,
피고인이 ‘형님, 한 개 해서 그렇지요. 그런 걸 왜 물어봅니까’라고 말하며
필로폰을 한 듯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검찰은 이 말을 ‘필로폰 투약을 자백한 발언’으로 해석했습니다.
3. 피고인의 반박 —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부터 재판까지 일관되게 부인했습니다.
“C라는 사람은 잘 모릅니다.
저는 그날 C와 대화한 적도 없습니다.
‘한 개 해서 그렇지요’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4. 법정에서 뒤집힌 제보자 진술
재판에서 C는 스스로 말이 바뀌었습니다.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과 직접 대화했다”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F와 함께 있었는데, F와 피고인이 대화했다”고 했습니다.
또한 “피고인과 잘 아는 사이가 아니다”고도 말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두고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C의 진술은 피고인을 만나게 된 경위, 대화 상대, 현장 상황 등에 일관성이 없다.
‘제보자 신분을 숨기기 위해 진술을 바꿨다’는 설명은 신빙성이 부족하다.”
5. 합리적 의심을 키운 세 가지 모순
① 낯선 사람에게 ‘자백성 발언’을 했다고?
법원은 “피고인이 친분이 없는 제보자 앞에서
자신의 마약 투약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는 것은
범행 은폐 경향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② ‘여러 번 봤다’는 증언도 신빙성 없음
C는 “그날 외에도 피고인이 여러 번 필로폰을 하는 걸 봤다”고 말했지만,
법원은 “대부분 외부와 차단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마약 투약의 특성상
이런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③ 통화기록과 제보 시점 불일치
C는 “검찰에 제보 후 수사협조를 했다”고 했지만,
그의 제보 시점과 실제 수사 개시일 사이에는
약 3일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미 수사기관이 피고인을 내사 중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6. 또 다른 증인 F의 진술
C와 함께 있었다는 F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날 C와 피고인을 만난 사실이 없습니다.
C와 피고인은 서로 모르는 사이입니다.”
법원은 “F의 진술을 배척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C의 진술보다 구체적이고 자연스럽다”고 평가했습니다.
7. 마약감정서 사본도 ‘별개 사건’
검찰은 “피고인이 그해 4월 다른 사건으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감정서는 4월 25일 투약 혐의 사건의 결과일 뿐,
이번 사건(3월 20~21일) 투약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
8. 법원의 결론 — “범죄의 증명이 없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일한 직접증거인 제보자 C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고, 일관성도 결여되어 신빙성이 없다.
그 밖의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9. 판결의 의미 — “제보 한 줄, 증거는 아니다”
석원재 변호사
이 판결은 ‘제보자 진술’만으로 마약 범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세운 사례입니다.
법원은 단호히 말했습니다.
“의심이 남더라도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 한,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
결국, C의 흔들리는 진술은 A씨의 혐의를 입증하기엔 부족했습니다.